연 구 방 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조현병 환자들의 동료지원가 체험의 의미와 본질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자 Giorgi [
22]의 심리학적 현상학적 체험연구방법을 이용한 질적연구이다.
2. 연구대상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J시에 소재한 정신재활시설 A에서 조현병 동료지원가에 대한 체험이 충분한 사람으로 아래 기준에 부합하는 자를 연구대상자로 선정하였다.
• 만 18세 이상의 성인으로 DSM-5 기준 조현병(Schizophrenia) 진단을 받은 자
• 지역사회 정신재활시설에서 1년 이상 조현병 환자의 동료지원 경험이 있거나, 경험 중인 자
• 현재 조현병을 앓고 있거나, 과거 조현병을 앓은 경력은 있지만 동료지원이 가능하도록 병의 상태가 호전되었거나 호전 중인 자
• 인터뷰 질문 내용을 이해할 수 있고,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할 수 있으며 국문 해독이 가능한 자
이와 같은 기준에 부합되는 본 연구에 참여한 동료지원가는 총 11명이었다. 일반적 특성은 다음과 같다. 성별 남성 7명, 여성 4명, 나이는 21~30세 2명, 31~40세 2명, 41~50세 5명, 51~60세 2명, 학력은 대졸 7명, 고졸 3명, 중졸 1명, 결혼여부 기혼 2명, 이혼 1명, 미혼 8명, 동료지원 경험 1년 5명, 2년 4명 3년 2명, 하루 중 동료지원으로 일을 한 시간이 3시간 이상 9명, 4시간 이상 2명이었다(
Table 1).
3. 자료수집
본 연구의 자료수집기간은 2022년 8월 2일부터 2023년 1월 29일이었다. 연구대상자는 J지역 정신재활시설에 등록되어있는 회원들 중 동료지원가 활동을 하고 있는 전원에게 참여 의사를 묻기 전, 본 연구와 관련한 허락 사항을 공문을 통해 지역정신재활시설에 구했고, 자발적으로 연구에 참여하기로 한 대상자들을 연구대상으로 하였다. 면담은 연구자와 참여자가 1:1 면담의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연구자는 참여자들의 경험에 대한 진술을 최대한 이끌어내도록 첫 1회기는 연구 질문을 주지 않은 채 다과와 면담만을 진행하며 신뢰관계를 구축했다. 1회기는 연구의 목적을 설명하고 개인적인 부분이 모두 비밀유지가 됨을 설명했으며 연구동의서에 서명을 받은 후 면담을 시작했다. 면담내용은 참여자의 동의를 얻어 녹음했으며 면담이 끝난 후 그날의 녹음 내용을 여러 번 반복하여 들으면서 참여자가 표현한 언어 그대로 필사했다. 면담시 표정이나 어조에도 주의를 기울였으며 면담 후 노트할 때 참여자의 비언어적 표현과 특징, 면담 내용과 떠오르는 생각이나 질문 사항을 모두 기록했다. 기존의 선입견 및 지식 등을 배제한 자료들 간의 괄호치기(bracketing)를 병행하며 자료의 내용과 함께 그 출처에 대해 항상 명확하게 기록해나갔다. 최종 면담 후 필사된 내용에 대해 요약해서 설명하고 면담 내용이 잘 정리되어 전달되었는지를 참여자에게 확인했다. 본 연구를 위한 주 질문은 ‘조현병 환자의 동료지원가 체험의 의미와 본질은 무엇인가?’이며 이와 함께 사용된 보조 질문은 ‘동료지원가 체험은 어떠했나?’, ‘그 체험은 어떤 느낌을 주었나?’, ‘그 체험으로 변화한 부분은 무엇인가?’ 등이다.
4. 자료분석
면담 녹취자료는 Giorgi [
22]가 제시한 분석절차에 따라 참여자의 녹취된 전사 자료를 반복하여 읽음으로써 조현병 환자의 동료지원가 체험에 대하여 전체적인 윤곽을 잡았다. 다음 전사된 면담자료에서 전체 내용을 의미 단위를 구분했다. 요약한 의미 단위를 토대로 참여자 간의 공통 의미 단위를 찾아내고, 그 의미 단위를 범주화했다. 각 의미 단위에는 고유번호를 붙이고 원자료와 나란히 배치하여 구성요소를 도출했다. 참여자가 진술한 의미 단위를 연구자의 언어로 변형했다. 그다음 연구참여자 공통의 의미 단위로 재통합하는 과정을 거쳤고, 새로운 의미 단위로 요약하고 연구자의 언어로 전환하였다. 최종적으로 전환된 의미 단위를 기초로 하여 경험의 구조를 통합하였다. 그 결과 참여자별로 공통되는 조현병 환자의 동료지원가 체험에 관한 본질과 구조를 4개의 구성요소와 10개의 하위 구성요소로 도출할 수 있었다.
자료의 분석과정에서 합리적이고 일관된 결과를 도출함으로써 타당도를 높이고자 했다. 질적연구의 특성상 연구자 자신이 분석의 도구가 되기에 현상학 연구 경험이 있는 간호학 교수 2인, 질적연구 전공 교수 1인의 연구 자문을 통해 자료분석과정에 확인 작업을 거쳤다. 또한 분석된 내용을 참여자들에게 보여주고 연구자가 기술한 내용과 분석한 결과 기술이 일치하는지를 확인하였다.
5. 연구의 엄격성 확보
본 연구는 엄격성을 높이기 위해 Lincoln과 Guba [
23]의 사실적 가치(true value), 감사가능성(consistency), 적용성(applicability), 중립성(neutrality)을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
• 사실적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참여자들이 진술한 표현을 있는 그대로 수집하였다. 면담 후 수 차례 도출된 자료를 다시 읽고 중요한 의미를 모아 이름을 지었으며, 원자료를 읽으며 그 주제가 맞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분석한 자료를 참여자에게 보여주고 자신이 경험한 것을 연구자의 언어로 표현함에 있어 차이가 있는지, 자신의 경험을 잘 표현했는지를 확인하였다.
• 감사가능성을 확립하기 위해 연구의 설계, 참여자 선정방법, 면담과정, 자료수집 및 자료분석 모든 과정을 공개하였고 참여자에게 연구분석 및 해석 결과에 대해 검증할 수 있도록 연구참여자의 말을 직접 인용하였다.
• 적용성 면에 있어서 조현병 환자의 동료지원가 체험에 대해 더는 새로운 자료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자료를 포화시켰다. 참여자들의 체험적 본질에 가까워졌다는 확신에 이르렀을 때, 참여자 이외의 동료지원가 2인에게 읽고 그 느낌을 표현하게 하였다.
• 중립성 면에 있어서 판단중지와 괄호치기를 사용하였다. 이는 연구자의 선경험, 선이해가 연구결과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의 과정이다.
6. 연구자의 민감성 확보
본 연구는 소정의 양식을 갖춘 연구계획서를 J대학교 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에서 연구목적, 방법론, 피험자 권리보장 및 설문지 구성 전반에 걸친 심의절차를 거쳐 승인을 받았다. 본 연구자는 10년 이상 질적연구학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며, 매해 1회 이상의 학술대회 및 연구모임에 참여중이며, 질적연구를 연 1회 이상 발표하고 있다.
7. 윤리적 고려
본 연구는 연구참여자를 보호하고 연구수행에 있어 윤리적 지침을 준수하고자 하였으며, J대학교 생명윤리위원회의 승인 하에 시행되었다(IRB-200715-HR-2020-0720). 연구자는 면담 시작 전 참여자와 직접 만나 연구에 대해 설명을 했다. 연구자의 성명, 연락처, 직분, 연구제목, 연구목적, 연구방법과 절차에 관한 내용을 서면으로도 제시하였다. 참여자 자의에 의한 참여 의사를 확인한 후 참여자와 보호자에게 동의서를 받았으며 면담 내용 및 연구 내용의 모든 부분은 익명으로 처리됨을 안내했다. 면담 내용이 모두 녹음됨을 알리고 동의를 얻었다. 면담 내용은 연구 이외의 다른 용도로는 사용하지 않을 것과 연구가 종료된 후 모든 자료는 폐기됨을 설명하였다. 또한 참여자는 언제든 자신이 원할 때 면담을 중단하거나 참여를 철회할 수 있음을 설명하였다. 참여 철회로 인한 불이익이 없음도 설명하였다.
논 의
본 연구는 조현병 환자의 동료지원가 체험의 의미는 무엇이며 그들이 체험한 삶의 경험과 그 체험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시도된 질적연구이다. 본 연구에서는 조현병 환자의 동료지원가 체험에서 4개의 범주와 10개의 하위범주가 도출되었다.
첫 번째 주제 범주인 ‘두려움을 딛고 스스로의 삶을 운영해 감’에서 참여자들은 처음 해보는 동료지원가 역할에 스트레스를 받고 두려움을 느꼈다. 그리고 참여자들은 조현병을 현재 앓고 있으며 이를 이겨나가고 있는 사람임을 인정했다. 그 결과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자 했고 치료약 복용도 더 열심히 했다. 동료지원가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해 나가고 있었다. 조현병 환자가 증상관리를 잘해나가는 것은 재활에 매우 중요하다[
4]. 동료지원가들은 업무를 해나가며 두렵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증상이 혼자만의 경험이 아닌 것을 알게 되고 서로 위안을 얻는다[
17]. 동료지원가들은 동료지원 활동을 시작할 때 자신들의 전문성 부족에 대해 부담을 느꼈다[
14]. 이것은 본 연구결과와 일치한다. 동료지원가들은 자신들의 증상에 대해 힘겨운 투쟁을 벌여나갈 때 역할에 대한 불안도 높았다[
16]. 따라서 동료지원가들에 대한 증상관리 교육과 동료지원가들의 적응과 전문성을 고취시킬 다양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교육과 활동을 지원할 자격인증 기관 및 교육을 이수한 사람들에게만 동료지원가 활동에 참여토록 할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19]. 조현병 환자의 경우 독립적인 생활, 직업적 활동과 같은 사회적 활동을 해나가는 데 있어 조현병의 정신병리적 증상보다 대인관계를 잘 유지하고 의사소통을 해나가는 등 편견과 맞서 나갈 수 있는 사회적 기능은 더욱 중요하다[
4,
13]. 그러므로 동료지원가들의 의사소통 능력과 대인관계 향상을 위한 교육적 지원이 필요하다[
13]. 하지만 이러한 교육적 지원에 앞서 동료지원가의 역할과 업무에 대한 기준과 체계를 먼저 갖추어야 한다[
19]. 그리고 동료지원가로 활동하며 질병으로부터 재활하고 사회재활을 이루려는 이들에게 집중적 지원을 하기 위한 사전단계의 작업이 준비되어야 한다. 이러한 체계화된 업무 기준과 교육들은 동료지원가들이 자신들이 하는 역할에서 안정감[
18]을 유지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주제 범주인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넘어가는 중’에서 참여자들은 자신이 준비한 대로 서비스 수혜자들이 따라주지 않거나 의외의 상황들을 접할 때 당황했다. 동료지원가 서비스 수혜자들의 반응이 없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일에도 좌절했다. 하지만 어렵더라도 이 상황을 견디고 이겨내려 했다. 동료지원가 일도 사회생활이라는 생각에 다음에 더 잘하기 위해 공부도 하며 준비를 해나갔다. 동료지원가들은 그들이 경험하는 중심현상 중 ‘선생님’이라는 호칭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14]. 이는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에 대한 부담으로 보여진다. 자신이 의료진이 아니라 동료지원가라는 사실에서 부담이 덜어지기도 하지만[
17], 부담감은 동료지원가로서의 책임의식을 향상시키기도 한다[
18]. 동료지원가 역할 부담감에 긍정적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업무 수행에 있어 많은 부담감을 경험하게 되면 이는 증상 악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20]. 이들이 겪는 역할 부담에 대해 정책적으로 개입해줄 필요가 있다. 동료지원가에게 너무 큰 책임감을 부여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들이 겪는 부담감을 완화하기 위해 자기주장과 자존감을 향상시키는 것도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23]. 조현병 환자들의 일상의 회복, 취업, 주거, 인간관계 경험은 그들의 자립에 도움이 되고 있으며[
24], 자신들의 질병 극복 경험이 같은 질환을 앓는 대상자들에게 영향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18]. 참여자들은 대중교통도 익숙하지 않고 원거리에 일하러 나갈 때 부담을 많이 느꼈다. 건강 및 웰빙코치나 회복 코치를 정신건강 서비스 수혜자의 집을 방문하지 않고 지역사회 의료팀의 일원으로 일해보게 하거나[
25], 기관에 정신건강 서비스 수혜자와 제공자가 함께 방문하여 서비스를 받게 해보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겠다. 그리고 동료지원가들이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과 자신의 잠재력 사이에서 좌절할 때 동료지원가 양성과정을 책임 있는 기관에서 관리하고 동료지원가들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교육과정을 개선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세 번째 주제 범주인 ‘세상에 당당하게 등장함’에서 참여자들은 스스로 돈을 벌고 교육정보, 취업정보를 찾아다니며 자립했다고 느꼈고 동료지원 체험을 통해 대인관계가 좋아졌으며, 조현병 환자들에게 멘토가 되어주었기에 세상에 당당하게 등장했다고 느꼈다. 무엇보다 참여자들은 자신들이 돈을 벌 수 있음에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사회활동을 하려는 의지까지 보였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동료지원가라는 직업을 가지며 규칙적 생활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자신감을 얻었다[
14,
16,
17]는 연구 결과와 일상이 회복되었다[
18]는 연구와도 같다. 정신장애인들이 인간적 유대관계가 강화되며 자신의 병으로 인한 괴로움을 이겨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동료와 연결된 사람들의 힘으로 접할 때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게 된다[
16]. 정신장애인이 동료지원가 활동이 안정적 고용 아래서 실현될 때 대인관계적 임파워먼트를 발견할 수 있다[
10]는 주장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경우 동료지원가가 봉사활동과 같은 무급이거나 적은 급여를 받게 되는 경우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10]고 보고 있기에 회복기 조현병 환자들에게 단발적 동료지원가 업무를 부여하는 것은 정책적으로 지양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동료지원가 체험의 의미를 통해 그들의 역할에 대해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으며 동료지원가 서비스를 준비하는 지자체나 시설에서는 동료지원가를 직업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동료지원가 활동의 성패는 이들의 직업재활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네 번째 주제 범주인 ‘치료팀의 일원이 됨’에서 참여자들은 동료지원 체험을 통해 자신이 전문가가 되어 가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였고 대상자의 치료에 동참하는 협력의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동료지원가라는 역할은 정신건강 서비스의 수혜자에서 정신건강 서비스의 제공자로 역할을 전환하며 조현병 환자의 재활에 희망적이다[
14]. 동료지원 서비스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 동료지원 수혜자 및 제공자들의 정신의료시설 이용률 감소이다[
15]. 선행연구처럼 동료지원 서비스가 응급실 이용의 감소와 비용 절감 효과가 있기에 동료지원 서비스를 회복기 조현병 환자들에게 적용하는 것은 정신질환 치료와 재발 방지에 매우 희망적이다. 재발방지를 위해 증상에 대한 대처교육, 약물복용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3]. 동료지원가들은 자신들의 업무 속에서 ‘되어감’의 건강 과정을 경험하며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재활하게 된다[
16]. 따라서 정신장애에서 큰 비율을 차지하는 조현병의 경우[
2] 조현병을 경험한 사람이 동료지원 서비스의 주체가 되도록 동료지원가 인력풀을 구성할 필요가 있겠고 조현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지원가 양성 과정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상의 연구를 통해 조현병 환자들이 동료지원가를 체험해 나감에 있어 긍정적 변화와 아울러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확인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조현병 환자이며 동료지원가인 참여자들에게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확인한 것은 본 연구의 성과이다. 본 연구의 제한점으로는 일 지역의 센터 소속 동료지원가만을 참여시켰다는 점이다. 추후 연구 지역을 다각화시킨 연구와 다양한 환경에서의 동료지원가 활동 경험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