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산후우울증 경험: 질적 메타합성
Experiences of Postpartum Depression in Men: A Qualitative Meta-synthesis
Article information
Trans Abstract
Purpose
This study aimed to comprehensively review the experiences of postpartum depression in men.
Methods
A qualitative meta-synthesis suggested by Noblit and Hare was conducted in this study. Three qualitative studies were chosen and synthesized to describe men's experiences of postpartum depression.
Results
Four themes emerged as a result of synthesizing: “Frustration stemming from excessive responsibility as a father”, “Life of mine being tied to child-rearing”, “Suppression of emotions due to gender role stereotypes”, and “Communication interruption with wife due to marital conflict”.
Conclusion
The results of this study provided a deeper understanding of the experiences of postpartum depression in men, and can help establish prevention program and arrang social support for postpartum depression in men.
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부모로의 역할 전환은 부부의 삶에서 중요한 발달 과업으로[1], 자녀 출생의 기쁨뿐 아니라 새로운 상황에 대한 적응과 삶의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는 시기이다[1,2]. 이 시기의 역할 전환과 적응 과정은 여성은 물론 남성에게도 힘들고 어려울 수 있으며[3], 남성도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와 산후우울증(Postpartum Depression)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4]. 남성의 산후우울증 유병률은 해외 평균 7~9%의 발생 빈도를 보이며[5], 산후 첫 달에 11.2%, 6개월 후에 12%에서 경험하고[6], 산후 첫 3~6개월에 증상이 최고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1].
또한, 산후우울증은 여성의 경우 산후 초기에 발병하는 양상을 보이지만, 남성은 늦게 발병하는 경향이 있으며[2,7], 남성의 인식 부족으로 과소 보고될 수 있다[7]. 따라서, 남성의 산후우울증 예방 및 관리에 대한 인식 개선과 남성의 산후우울증 경험에 대한 의미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산후우울증은 출산 후 4주 이내에 발생한 불면, 불안, 우울, 자살 경향성 등 주요 우울 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 MDD)의 특징적인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8], 치료 받지 않을 경우 자살이나 영아 살해와 같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9]. 또한, 과민성, 충동성, 폭력적인 행동, 알코올 및 약물 남용 등의 증상은 남성 산후우울증의 특징적인 증상으로 보고되고 있으며[2,10], 남성의 산후우울증은 개인은 물론, 부부관계, 자녀의 정서 및 행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3], 남성 산후우울증에 대한 차별화된 접근과 지원이 필요하다.
남성의 경우 자녀 출생 후 양육에 대한 지식 부족, 불확실성, 가족에 대한 책임감,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며[11,12], 가족과 일 사이에서 역할 갈등, 부부 관계의 변화 등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11]. 이로 인해, 남성은 무력감과 상실감을 경험하였고, 때로는 자기 분노와 좌절감을 느끼며[12], 산후우울증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11,12]. 이처럼 남성도 산후우울증을 경험하지만, 대부분의 선행연구는 여성에게 초점이 맞추어진 경향을 보이며, 남성의 산후우울증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4].
남성의 산후우울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국외 선행 연구에서는 남성의 우울 병력과 아내의 산후우울증[6], 사회적 지원 부족, 경제적 불안, 낮은 결혼만족도, 낮은 교육 수준 등이 영향요인으로 보고되었다[13]. 특히, 아내가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는 경우 남성의 24~50%에서 산후우울증을 경험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14], 이는 남성 산후우울증의 가장 중요한 영향요인으로 확인되었다[2]. 또한, 계획되지 않은 임신으로 인한 자녀의 출생은 남성에게 경제적인 부담과 가족에 대한 책임감을 가중시켜[1], 남성 산후우울증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13]. 그뿐만 아니라, 남성은 역할 전환의 과도기 동안 심리적, 육체적으로 다양한 삶의 변화를 경험하지만[1,6], 남성 산후우울증에 대한 정보와 지원 부족으로 불안, 걱정, 불확실함, 무능함 등을 느끼며 스트레스가 가중되고[1], 더 많은 어려움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1,4].
그러나, 선행연구들은 여성을 대상으로 산후우울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파악한 연구가 대부분이며[15], 남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처음 아버지가 되는 과정의 경험이나[16], 산후 정신건강 증진 및 대처 전략에 관한 분석이 주를 이루며[17], 남성의 산후우울증 경험에 대해 통합하여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남성의 산후우울증 경험에 대해 탐색함으로써, 남성 산후우울증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남성 산후우울증의 예방 및 조기 발견, 치료, 관리에 도움을 제공하고자 한다. 또한, 남성 산후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인식 개선은 물론 아버지로서의 역할 전환 과정을 돕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남성의 산후우울증에 대한 양적연구는 비교적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나, 남성의 산후우울증 경험에 대해 통합하여 체계적으로 합성한 질적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남성의 산후우울증 경험에 대한 질적연구들을 메타 합성하여 분석함으로써 남성 개개인의 경험에 대한 상황적 맥락을 파악하고, 경험의 의미가 무엇인지 포괄적인 이해와 풍부한 자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질적 메타합성은 개별 연구들만으로는 파악되지 않은 공통적인 핵심 개념들을 도출하는 방법으로[18], 개별 연구에서 핵심 개념의 도출, 전환, 통합을 통해 연구결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공한다[19]. 따라서, 본 연구는 남성의 산후우울증 경험에 대한 질적연구들을 메타 합성하여 분석함으로써 남성의 산후우울증 경험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고자 시도하였다.
2. 연구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남성의 산후우울증 경험을 탐색한 질적연구결과를 비교, 분석하여 해석하고, 합성함으로써 남성의 산후우울증 경험에서 의미 있는 공통 경험, 진술문의 맥락과 결과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함이며, 그 경험의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연 구 방 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남성의 산후우울 경험에 대해 탐색한 질적연구의 결과들을 분석한 질적 메타합성(Qualitative meta-synthesis) 연구이며, 질적 메타합성의 연구방법 중 메타 문화기술지(Meta-ethnography)의 7단계를 적용하였다[20].
2. 문헌검색 및 합성 문헌 선정
국내 ․ 외에서 출판된 남성의 산후우울증 경험에 관한 질적연구를 검색하였다. 국외 문헌은 PubMed, PsycINFO, CINAHL 을 이용하였고, 검색어는 ‘Man’, ‘Paternal’, ‘Male parent’, ‘Father*’, ‘Husband*’, ‘Spouse*’, ‘Postpartum period’, ‘Paternal postpartum depression’, ‘Postnatal’, ‘Postpartum’, ‘Postpartum depression’, ‘Postnatal Depression’, ‘Qualitative*’, ‘Experience*’, ‘Content* analysis’, ‘Phenomenologic*’, ‘Narrative research’, ‘Mix method*', ‘Ethnograph*', ‘Grounded theory’로 설정하여, 이를 AND와 OR을 조합하여 폭넓게 검색하였다. 국내 문헌은 한국학술정보원(KISS), 누리미디어(DBpia), 국회전자도서관, 한국교육학술정보원(RISS)을 이용하였고, 검색어는 ‘남성’, ‘아버지’, ‘배우자’, ‘산후우울’, ‘질적연구’를 조합하여 검색을 진행하였다. 출판 기간은 2012년 1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최근 10년으로 지정하였으며, 언어는 한국어와 영어로 제한하였다. 검색된 논문은 개인용 서지 관리도구(End Note 20)에서 관리하였다.
본 연구의 문헌 선정기준은 (1) 산후우울증을 경험한 남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산후우울증 진단 혹은 상담을 받은 경험이 있거나, 산후우울증 진단을 받지 않았지만 산후우울 증상에 대해 자가 보고한 남성), (2) 질적연구방법으로 수행된 연구, (3) 한국어나 영어로 출판된 연구이었다. 반면, 문헌의 제외 기준은 (1) 산후우울증을 경험한 남성 이외에 다른 대상자의 경험이 함께 분석된 연구, (2) 전문가의 학술적 심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연구, (3) 원저가 아닌 연구, (4) 원문을 볼 수 없는 연구이었다.
문헌의 검색은 연구자 1인이 수행하였고, 논문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한 결과 685편이 검색되었다. 이 중 중복된 논문 108편을 제외하고, 577편을 대상으로 2명의 연구자가 제목과 초록을 검토하였다. 제목과 초록의 검토를 통해 연구의 연구설계, 연구목적, 연구대상, 내용 등이 선정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논문 574편을 제외한 3편을 1차 선정하였다. 1차 선정된 논문은 모두 국외에서 출판된 연구였으며, 논문의 원문을 연구자 2인이 검토하였다. 본 연구의 선정기준과 제외 기준에 따라 3편의 논문이 최종적으로 선정되었으며(Table 1), 문헌 선정 및 추출에 대한 과정은 Figure 1과 같다.
3. 문헌의 질 평가
본 연구에서는 Critical Appraisal Skills Program (CASP) Qualitative checklist 를 활용하여 문헌의 질 평가를 시행하였다[21]. CASP는 10개의 문항으로 구성된 평가 도구로서, 점수가 높을수록 질적연구가 체계적으로 수행되었음을 의미하며, 본 연구에서는 개별 연구가 10문항을 만족시킨 비율로 평가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2명의 연구자가 독립적으로 문헌을 평가하였고, 불일치가 있는 부분은 논의를 거쳐 합의를 이루었다. 질 평가 결과, 3편 모두 75% 이상 CASP를 만족하는 것으로 평가되었다(Table 2).
4. 질적 메타합성
본 연구에서는 Noblit과 Hare (1988)가 제안한 메타 문화기술지(Meta-ethnography)에 근거하여 질적 메타합성을 실시하였다[20]. 연구 절차는 7단계이며, 문헌의 질 평가를 거치면서 선정된 문헌 읽기까지 3단계가 진행되었다. 연구자 2인은 선정된 문헌을 주의 깊게 읽으며, 각각의 연구목적, 참가자 특성, 연구방법, 그리고 인용문을 Microsoft Excel을 이용하여 자료를 추출하고 분류하였다. 추출된 자료의 원문 내용은 축약되거나 손상되지 않도록 주의하였으며, 자료를 명확히 하기 위해 원문으로 계속 돌아가서 추출하는 과정을 반복하였다[22].
4단계는 최종 선정된 3편 연구를 통해 남성의 산후우울증 경험에 대한 개념 사례를 분석 틀에 맞추어 비교 ․ 분석하였으며, 이를 통해 남성의 산후우울증 경험만을 포함하는 개념은 유사성을 바탕으로 묶어 분석에 사용하였다. 개별 연구 관련 개념 사례 간 분석 틀에 제시된 자료들을 서로 비교 ․ 분석하며 검토하였고, 남성의 산후우울증 경험과 관련된 해석적 비유와 관련된 개념, 인용문 등을 정리하였다. 선정된 연구에 참여한 대상자는 A1은 19명, A2는 27명, A3는 8명의 남성이었다.
5단계는 개별 연구가 서로 부합하는 경우로 2명의 연구자가 핵심 개념을 구별하기 위해 연구를 반복적으로 읽으며, 각 연구의 핵심 개념을 직접적으로 비교 ․ 분석하여 공통적인 개념과 주제를 도출하였다. 연구의 핵심 개념은 ‘1차 구조’에 기반하였다.
Meta-ethnography의 분석 과정에서 데이터는 ‘1차 구조’, ‘2차 구조’, ‘3차 구조’로 구성된다. ‘1차 구조’는 원 연구에서 참가자들이 일상 언어로 표현한 해석이며, ‘2차 구조’는 ‘1차 구조’를 기반으로 연구자가 해석한 결과를 의미하며, ‘3차 구조’는 ‘2차 구조’를 새롭게 해석한 결과를 의미한다[23,24]. ‘1차 구조’에서 핵심 개념들을 추출하여 유사점과 차이점을 비교 ․ 분석하여 ‘2차 구조’를 형성하고, 이를 추상화하여 연구의 주요 주제를 표현하는 ‘3차 구조’를 도출하였다. 분석과 합성 과정에서 다수의 질적연구를 수행한 간호학 전공 교수의 자문을 받았으며, 남성의 산후우울증 경험에 대한 연구자 간의 해석 차이는 지속적인 논의를 거쳐 합의에 이르렀다. 3편의 문헌을 분석한 결과 4개의 주제(3차 구조)와 10개의 하부 주제(2차 구조)가 도출되었다(Table 3).
5. 연구자의 준비
연구자들은 상급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에서 5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 간호사 출신으로, 산후우울증에 대한 폭넓은 이해력을 갖추고 있다. 연구자들은 각각 석사 및 박사과정을 거치면서 질적연구방법론 수업을 수강하였으며, 질적연구학회에 참가하여 질적연구방법에 대해 탐구하였다. 또한, 질적연구의 다양한 방법을 적용하여 다수의 연구를 수행한 간호학 전공 교수의 자문을 받았으며, 본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메타문화기술지(Meta-ethnography) 논문[20] 및 다양한 질적 메타합성 관련 논문[18,19]을 숙독하면서 연구 절차와 결과 해석 등에 대해 구체적인 연구방법을 학습하였다.
연 구 결 과
본 연구의 메타합성에는 최종적으로 3편의 연구가 분석에 포함되었고, 연구가 진행된 국가는 스웨덴, 미국, 덴마크 각각 1편으로 확인되었다. 연구대상자들은 모두 자녀 출생 후 산후 우울 증상에 대해 자가 보고한 경험이 있었으며, 일부는 산후우울증을 진단받았거나 상담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연구대상자들의 나이는 25~52세까지 다양한 분포를 보였으며, 자녀 수는 1명이 가장 많았다. 총 3편의 문헌을 분석한 결과 남성 산후우울증의 중심 경험은 ‘압도감과 무력감’이었다. 남성들은 남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우울한 감정을 인정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겪었으며, 산후우울증을 겪으면서도 가족과 사회에 도움을 구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남성들은 아버지로서의 성공적인 역할 전환을 통해 부모로서의 역할과 그에 맞는 책임감, 안정적인 가족생활을 영위하고자 하였다. 남성의 산후우울증 경험을 탐색한 질적연구들에서 합성된 구체적인 결과는 다음과 같다(Table 3).
1. 아버지로서의 과도한 책임감에 따른 좌절감
남성들은 처음 아버지가 되는 과정에서 급진적인 변화를 겪으며, 아버지 역할에 대한 혼란, 피로감, 무력감, 압도감 등으로 무망감을 경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삶의 변화에 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아버지로서 가족 부양의 의무와 책임감은 가중되었고, 모든 것이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에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는 가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져 종종 분노감, 좌절감을 유발하였고, 남성들은 아버지가 된 것에 대한 깊은 후회로 자살사고, 영아 살해에 대한 생각을 하기도 하였다.
임신 기간은 기대로 가득 찬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다른 아버지들 같은 모습을 기대하기도 했었죠. 하지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변화였고, 예상했던 것보다 감정적으로 더 힘든 일이었어요. 다른 부모, 사회, 모든 것이 만들어낸 거짓된 환상들.(A3)
갇힌 느낌, 거품 속에 있는 것 같았어요. 제 자신을 강제로 이끌어내야 했고, 첫해를 견뎌내야 했어요.(A1)
압박감이 있었어요. 아버지로서 함께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어요. 아들과 함께 있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어요.(A3)
딸이 화를 냈을 때 제 안에 불만이 쌓여가는 걸 느꼈고, 그래서 포기했어요. 그냥 할 수 없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죄책감을 느꼈어요. ‘나는 심지어 이런 것도 잘 못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요.(A3)
완벽한 아빠가 되기 위해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 가족을 돌보고 부양할 수 있는 능력... 하지만 저는 그런 것들을 가지고 있지 않았어요... 기대는 부담으로 다가왔고, 결국 역효과를 냈어요.(A3)
집 안 어두운 곳에서 몰래 우는 제 자신을 발견했어요. 제가 비참하다는 생각만 들었어요.(A2)
2. 자녀 양육으로 발목 잡힌 나의 삶
남성들은 자녀 출생 후 처음 몇 달을 거품 속에 있는 것처럼 느꼈으며, 그 안에 갇히고, 소외되고, 고립되어 자신의 삶이 자녀와 직장, 사회의 요구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남성들은 직장과 가정 양쪽에서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하며, 죄책감과 무력감을 겪었고, 자녀의 질병, 성장장애, 부족한 양육 스킬, 수면 부족 등으로 스트레스가 가중되었다. 남성들은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자녀 양육에 집중하였고, 자녀 위주로 일상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하며, 개인의 삶이 없어진 것과 같은 상황에 직면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자녀 양육에 대한 도움과 지원이 부족하였다고 느꼈으며, 사회적 지원이 있어도 현실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남성들은 아버지가 되는 과정에서 기쁨과 설렘도 있었지만, 본연의 자신은 사라지고, 아내와 자녀를 위한 자신만 존재하는 것처럼 느꼈다. 또한, 남성들은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견뎌내며 자신의 모든 삶을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하였고, 이는 자녀에 대한 원망과 증오감으로 이어져 자신과 아이를 해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죄책감에 사로잡히기도 하였다.
자녀가 태어나고 저는 슈퍼맨이 되어야 한다고 느꼈어요. 일과 육아 외에는 다른 일을 할 시간이 없었고, 제 삶에 대한 선택도 행복도 없는 로봇이 된 기분이 들었어요. 끊임없이 달리는 러닝머신이라는 생각까지.(A1)
예전에는 감당할 수 있었던 일들이 지금은 극도의 스트레스로 다가와서 쉽게 짜증이 났어요. 7개월 된 아이의 울음소리에 몇 분을 참지 못하고 화를 냈고, 잠을 못 자니 늘 피곤했어요. 불쾌하고 우울한 감정이 자주 들었고, 관계도 일도 모든 것이 힘들게만 느껴졌어요.(A2)
아이를 돌볼 때 증오감에 압도되기도 했어요. 시간이 지나면 미움이 사라질 거라 생각했는데 더 심해졌고, 아이의 울음소리, 나를 필요로 하는 모습, 끝없는 불만이 싫었어요. 나중에는 아이의 삶도 끝내고, 나의 삶도 끝내는 폭력적인 생각이 들어 감정을 억눌렀어요.(A2)
아이를 다치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어떤 아빠가 자신의 아이를 다치게 하려고 하겠어요? 그런 생각이 들면 다양한 감정이 교차해요.(A2)
3. 성 역할 고정관념으로 인한 감정의 억압
남성들은 전통적인 남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에 부응하기 위해 산후우울증 경험에 대해 표현하기를 두려워하였다. 부족함과 무력감, 우울감은 남성성에 대한 사회적 규범에 어긋나는 일처럼 여겨졌으며, 남성적 규범은 남성들이 산후우울증으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주변에 도움을 구하는 행동의 장벽으로 작용되었다. 남성들은 산후우울증으로 인하여 심리적 고통을 겪었지만, 남성 산후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냉대를 경험하며 혼자 헤쳐 나가야 하는 일로 인식하였다. 즉, 남성들은 성 역할 고정관념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의지하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며, 우울감을 이겨내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아빠 노릇을 포기하고 싶었어요. 우울한 감정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도 두려웠어요. 이런 감정을 느낄 때 남자도 아빠도 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 이상 우울한 감정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깊이 밀어 넣었고, 결국엔 나 자신이 비참하다는 생각만 남았어요.(A2)
금기 사항처럼 산후우울증 경험에 대해 말하기가 두려웠어요. 약하거나 부족하다는 낙인이 찍히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마음을 열지 않았어요. 도움을 받으려고 손을 내미는 순간 어떤 식으로든 판단을 받는다는 것이 제가 가진 두려움이었어요.(A3)
터프가이가 되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어요. 아내에게 우울한 감정을 말할 수 없었고,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는 것도 꺼려졌어요. 저보다는 다른 모든 사람을 먼저 챙기는 것이 남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A2)
자녀의 첫 검진을 위해 아내와 병원에 갔을 때, 아내에게만 산후우울증 설문지를 작성하도록 했어요. 아내가 대답을 하는 동안 누군가 저에게도 같은 질문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A2)
4. 부부갈등으로 없어진 아내와의 대화
남성들은 자녀 출생 후 아내와의 관계가 손상되거나 악화되는 것을 경험하였다. 아버지 역할에 대한 혼란과 막막함 속에서 겪게 되는 스트레스로 인하여 더 쉽게 화를 내고 예민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부부 사이의 잦은 갈등은 부부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아내와의 의사소통이 줄어들었고, 단지 자녀를 위해서만 아내와 함께 지내기도 하였다. 또한, 자녀 양육 방식의 차이는 부부갈등의 원인이 되었다. 남성들은 자녀 양육에 있어 아내의 양육 방식을 온전히 따라야 했고, 늘 아내에게 평가받는 느낌을 받으며, 본인이 기대하고 원했던 아버지의 역할을 할 수 없었다. 남성들은 이전보다 더 많은 갈등과 논쟁, 짜증, 좌절을 겪으며 더 이상 아내와 서로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느꼈다. 그뿐만 아니라, 산후우울증을 진단받고 정신적 고통을 경험하는 아내를 둔 남성들은 아내로부터 소외감, 잊힌 느낌을 받으며, 더 많은 스트레스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식으로든 부부관계가 끊어졌고, 저는 그걸 예상하지 못했어요(A1). 부부관계가 제일 힘든 일이었어요. 작은 오해들이 커져서 이혼까지 생각했었고, 아내와의 관계가 나빠질수록 의지할 곳이 없다는 느낌이 들어 저를 더 우울하게 만들었어요.(A1).
아내와 말다툼이 끝나도 상처는 아물지 않았고, 결혼 생활에 치명타를 입었다고 느꼈어요.(A2)
아내는 저를 동등한 부모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었어요. 저는 제 자신을 아버지로 생각하지만,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이 자연스럽지 않았어요(A3). 아내는 어떤 의미에서는 주된 부모인 것 같았어요. 남자는 투덜거리면 안 되고, 중심에 있어서도 안돼요.(A3)
아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정말 고통스러웠어요.(A3)
논 의
본 연구는 남성의 산후우울증 경험에 관한 질적연구들을 질적 메타합성 방법에 따라 연구결과를 분석하고 통합함으로써 남성의 산후우울 경험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도모하고자 하였으며, 그 결과 4가지 주제가 도출되었다.
남성들은 아버지 역할에 적응하기도 전에 다양한 삶의 변화를 경험하였으며, 남성들의 산후우울증 경험에 관한 핵심 주제는 ‘압도감과 무력감’이었다. 남성들은 아버지가 된다는 것에 대한 과도한 부담감과 책임감으로 인한 압도감과 부족함 속에서 느끼는 무력감을 가장 많이 보고하였으며, 본 분석 대상 논문에서도 자녀 출생 후 압도감과 무력감의 경험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선행연구에서도 남성들에게 아버지로서의 역할 전환은 급격한 삶의 변화와 스트레스가 동반되는 새로운 세계에 사는 것으로 설명되었다[25]. 남성들은 아버지가 되는 것과 관련된 모든 스트레스 이외에도 우울 증상을 경험했으며, 통제력 상실과 무력감을 보고 하였고, 이는 삶을 균형 있게 유지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하였다. 남성들에게 자녀 양육은 처음으로 하는 생소한 일로서, 개인의 기대와 가족과 사회의 기대, 실제 상황에서의 차이를 겪으며 남성들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이에, 남성들이 삶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과 새로운 삶에 적응할 수 있도록 남성 대상 주산기 교육이 필요하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주산기에 시행되는 전문 교육은 아버지로서의 성공적인 역할 전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며, 남성들에게 자신감과 역량을 키워주는 것으로 나타났다[1]. 또한, 남성의 양육 참여는 핵가족화 경향 및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와 같은 사회적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태로, 남성들의 실질적인 적응을 위해 육아 분담과 관련된 노하우(아기 목욕시키기, 옷 갈아입히기, 식사 챙기기 등), 자녀의 연령별 특징, 산후우울감 관리방법 등을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성들은 퇴근 후 대부분의 시간을 자녀 양육에 참여하며, 자신의 삶이 없어졌다고 느꼈으며, 여가 ․ 취미 활동, 자기 계발 등의 개인 시간과 자녀 양육 시간의 균형을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과 개인적인 시간 부족이 남성 산후우울증의 주요 요인으로 나타난 선행연구로 설명할 수 있다[4,11,12]. 또한, 남성들은 일을 하면서 자녀 양육에도 소홀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양육에 참여함으로써 피로감, 수면 부족 등의 신체적 문제도 함께 경험하게 되었다[1].
그뿐만 아니라 아내의 관심이 자녀에게 집중되면서 소외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이에 남성들은 자녀 위주로 생활이 변할 수 있음을 미리 숙지해야 할 것이며, 부부만의 시간,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가족적, 사회적 차원의 양육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남성들은 근로시간 단축과 남성 육아휴직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 내 문화와 상사와 동료의 반대에 직면하여 실질적으로 제도적 지원을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6]. 이에, 남성들이 평등한 부모 역할(equal parenthood)을 수행할 수 있도록 남성 육아에 대한 인식 개선과 사회적 환경 조성이 요구된다.
남성들이 경험한 남성성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은 남성들로 하여금 우울, 불안, 걱정 등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을 억누르게 하였고, 이는 남성들의 심리적 고통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남성은 가족부양의 의무에 집중하였으나, 지금은 임신에서부터 출산, 양육에 이르기까지 남성도 공동의 책임을 가지고 함께 참여하는 상황으로 변하였다[1]. 그러나, 남성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가정과 직장, 양쪽에서 완벽하게 역할을 수행하길 요구하며, 가족부양에 대한 책임감은 가중시켰다.
한편, 서유럽과 북미의 개인주의적인 문화권과 달리 동양문화에서는 가족의 기대와 사회적 규범, 집단의 상호 작용이 개인의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아[27,28], 남성들은 자신이 속한 문화권에 따라 다른 증상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남성들은 인종 ․ 문화권과 무관하게 감정을 억제하는 것이 공통적인 특성으로 나타났다[28]. 이는, 남성으로 사회화가 됨에 따라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이 감소하고,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어려움에 대해 도움을 구하는 행동이 남성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피해야 할 행위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28]. 이러한 상황에서 남성들은 남성성에 대한 사회 ․ 문화적 역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감정을 억누를수록 심리적 고통이 증가하였으며[28], 남성 규범을 따를수록 산후우울증이 악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 유교문화에 기반한 가부장적 아버지의 권위와 책임이 강조되어 남성들의 감정 표현이 어려울 수 있으며[28], 공적 자기의식이 강화되어 대처 방식이 제한되거나, 산후우울증을 숨기려는 경향이 더 강할 수 있다. 따라서, 남성을 대상으로 산후우울증 증상과 도움을 받는 방법에 대해 교육하는 것이 요구되며, 남성들의 성격특성을 고려하여 가족과 사회적 지지를 통해 전통적인 성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역할을 전환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성들의 부부관계 악화 경험은 모든 대상 연구에서 나타났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자녀 출생 후 잦은 부부 갈등, 논쟁을 경험하였고, 이는 산후우울과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것으로 보고되었다[4,11,12]. 부부관계의 악화는 자녀 출생 후 겪는 여러가지 어려움에서 심리적 고통을 더하였고, 의지할 곳이 없다는 느낌, 공허함, 외로움, 소외감으로 보고되었다. 따라서, 아버지로서의 역할 전환의 과도기 동안 남성이 경험하는 어려움에 대처하기 위해 부부의 협력 노력은 필수적이며[1], 부부의 관계 회복을 위하여 정서관리 프로그램 및 부모 역할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이론적인 지식은 물론 양육에 도움이 될 만한 실습과 부부의 요구를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아버지가 역할 전환의 시기에 자녀 양육과 배우자의 지원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남성의 육아휴직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환경 마련과 보육 서비스 제공 확대 등의 다양한 사회 제도적 지원 전략이 요구된다.
본 연구결과는 남성의 산후우울증 경험에 대한 이해를 증진할 것으로 생각되며, 아버지가 되는 과정의 의미와 이를 바라보는 관점을 개인적인 성장, 변화,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는 발달 과업 수행의 일환으로 볼 때, 개인 차원에서 아버지로서의 성공적인 역할 전환을 위해 남성 산후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한편, 본 연구결과는 제한된 국외 선행연구를 대상으로 하여 국내의 문화에서 개인적, 가족적, 사회적 상황을 반영한 산후우울증 경험을 충분히 포함하지 못하였으므로, 한국의 남성을 대상으로 산후우울증 경험에 대한 반복 연구를 제언한다. 또한, 진술문의 통합과 합성 과정에서 추출된 공통 요인은 다시 다양한 하위 요인으로 분류될 수 있으며, 남성 개개인의 상황적 요인들을 고려해야 한다. 남성의 산후우울증 경험에 대한 국내 연구는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었기 때문에 국내 ․ 외 남성의 산후우울증 경험을 직접적으로 비교하지 못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남성의 산후우울증 경험을 조명하고 통합적으로 이해함으로써, 남성 산후우울증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결 론
본 연구는 남성의 산후우울증 경험에 대한 3편의 질적연구를 대상으로 남성들의 산후우울증 경험과 관련된 감정, 상황,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였다. 남성의 산후우울증 경험은 여성과 달리 가족에 대한 책임감 및 경제적 부담감, 남성성에 대한 고정관념, 아내의 관심이 자녀에게 쏠리면서 경험하는 소외감, 자녀 위주로 변하는 생활 등의 심리적 요인, 감정적 억압, 직장과 가정 양쪽에서의 역할 부담 등 다양한 요인이 상호작용하여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따라서, 본 연구는 남성의 산후우울증 경험을 통하여 역할 전환 과정의 각 단계별 교육지원의 중요성과 산전부터 산후까지 지속적인 관리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본 연구의 메타합성에 사용된 문헌 3편은 기존에 조명받지 못했던 남성 산후우울증 경험의 핵심 주제를 드러내어 심층적 이해를 끌어냈으며, 향후 남성 산후우울증의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 및 사회적 지원 마련에 있어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Notes
The authors declared no conflicts of interest.
AUTHOR CONTRIBU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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