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의 공동생활가정 거주 체험
The Lived Experience of Mentally Disabled Persons Living in Group Homes
Article information
Trans Abstract
Purpose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explore the meaning and nature of the experience of mentally disabled persons living in group homes.
Methods
Data were collected through individual in-depth interviews with six mentally disabled persons from April to October in 2017. The data were analyzed using hermeneutic phenomenological methodology based on four fundamental existential concepts: that lived space, lived body, lived time, and lived others.
Results
Ten essential themes emerged: lived space-settle down in a strange environment, wish for my independent space in a daily routine; lived body-make a balance between soul and body, lead normal daily life by myself; lived time-rewrite my life; lived others-unapproachable relationship, meet my advocators.
Conclusion
The meaning of living in group homes as mentally disabled persons was ‘living as an ordinary person’. This information would be useful in providing interventions to enable such people to return to the community.
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국내 등록된 정신장애인의 수는 2019년 기준 102,980명으로 2013년 95,675명에 비해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1]. 정신장애인의 증가는 입원 횟수나 기간에도 영향을 주었다. 정신 및 행동장애로 입원한 평균재원일수가 2017년 기준 OECD 회원국의 경우 49.0일에 비해, 우리나라는 2018년에 131.5일로 2014년에서 2018년까지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며, 재입원률도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2]. 또한, 선진국의 입원병상 수는 감소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증가하고 있다[3]. 이에 따라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4]이 개정되면서, 정신장애인의 입원을 최소화하고 지역사회 중심의 치료를 우선적으로 하는 복지서비스에 중점을 두게 되었다.
의식주 중 거주 공간은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 중 하나로,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한 물리적 공간이면서 자아정체성을 확립하고 올바른 사회관계를 성취하게 되는 심리사회적 공간이다[3]. 지역사회 내에서 생활한 정신장애인은 병원 시설에서보다 양성증상과 사회행동 문제가 감소되었고, 자가 간호, 집안일 등과 같은 일상생활 기술이 향상되며 삶의 질이 높아진 결과를 볼 때[5], 안정적인 주거환경은 정신장애인의 회복과 자립에 중요한 조건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퇴원 후 거주할 곳이 없거나 스스로 일상생활이 힘들어 입원을 지속하게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충분한 주거서비스가 필요하다[3].
정신장애인의 자립생활은 최소한의 타인의 도움과 자기 자신의 결정으로 삶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것을 말하며[6], 이들의 자립과 복지를 위해서는 직업교육, 일반교육과 주거지원에 이르는 다양한 서비스가 요구된다. 그 방안으로 재활훈련시설인 주간재활시설, 공동생활가정, 지역사회전환시설, 직업재활시설과 아동 ․ 청소년정신건강지원시설 지원을 통해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7]. 우리나라의 재활훈련시설 307개소 중 61%에 해당하는 공동생활가정이 190개소가 운영되고 있으므로[7] 공동생활가정의 운영이 정신장애인의 재활과 사회복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공동생활가정은 일반주택이나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독립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시설이며 입주 정원은 4인에서 6인으로 제한하여[8] 가정과 유사한 주거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어, 사회와 단절되어 병원이나 시설에서 생활한 정신장애인이 일상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중간 거점 역할을 하는 데 적합하다.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공동생활가정을 주제로 한 양적연구[9,10]는 주로 운영개선이나 주거환경개선과 관련되어 있어 정신장애인이 공동생활가정에서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 이해하기는 어렵다. 질적연구에서는 독립주거가 주제인 연구는 주거공간으로서의 ‘집’에 초점을 두어, 정신장애인이 생활하는 경험에 대한 총체적인 면은 다루지 않았다[11]. 또한, 전문요원이 상주하지 않은 독립주거에서 생활하는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그들의 지역사회생활 경험을 살펴보았다[12]. 정신장애인의 공동생활가정에 대한 연구[13]는 입원기간에 대한 제한 없이 공동생활가정에 거주한 기간만 정한 것으로, 장기 입원이 많은 현시점에서 1년 이상의 입원 경험 후에 드러날 수 있는 지역사회 복귀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 밖에 정신장애인을 주제로 체험홈 또는 지원주거 형태의 거주시설의 경험을 다루고 있어[14,15], 공동생활가정에 거주하는 체험에 관한 연구는 미흡한 실정이다. 따라서, 정신장애인이 공동생활가정 속에서 회복과 지역사회에 통합되는 체험의 본질적인 측면을 밝히기 위해 질적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정신장애인은 병원 또는 시설을 벗어나 지역사회에 정착하기 전에 사회 전반에 내재되어 있는 편견과 낙인을 경험하거나 복잡한 인간관계를 비롯한 사회생활과 경제적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3]. 이러한 상황을 떠안고 있는 정신장애인의 탈원과 복지를 위해서 그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상학적 연구방법 중 van Manen [16]의 해석학적 현상학 방법은 참여자의 심층면담과 예술과 문학작품 등과 같은 자료를 함께 분석하여 이들의 생생한 삶의 체험을 조명하는데 유용하게 접근해 볼 수 있는 연구방법으로서 정신장애인의 생생한 삶의 체험을 파악하는데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 내에서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인간으로서 겪는 일상생활의 생생한 체험의 본질과 의미를 깊이 탐구하고,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재통합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2. 연구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정신장애인이 공동생활가정에서 거주하면서 겪은 체험의 본질적 의미를 발견하고, 대상자를 심층적으로 이해하는데 있다. 이에 따른 본 연구의 질문은 “정신장애인이 공동생활가정에 거주하면서 겪는 체험의 의미와 본질은 무엇인가?”이다.
연구방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정신장애인이 공동생활가정에 거주하면서 겪은 체험의 의미와 본질을 이해하고자 van Manen [16]의 해석학적 현상학적 연구방법을 적용한 질적연구이다.
2. 연구참여자
본 연구에서는 정신장애인이 공동생활가정에서 거주하는 체험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기술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연구참여자 선정기준을 정했다. 우리나라 평균재원일수는 131.5일임을 고려하며, 선행연구[12]를 토대로 병원이나 시설에서 최소 1년간의 입원이나 입소 경험이 있는 자로 정했으며, 지역사회에서 6개월 이상 생활한 경우 자신의 거주생활 체험을 충분하게 이야기하며, 정신보건 정책의 현실이 잘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선행연구[12]를 바탕으로 퇴원 후 공동생활가정에서 최소 6개월 이상 거주한 만 20세 이상의 성인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하였다. 참여자 모집을 위해 G도의 공동생활가정 시설장을 직접 방문하거나 일부 시설장에게 다른 공동생활가정을 소개받는 눈덩이 표본추출 방법을 함께 사용하였다. 이러한 1회에서 3회의 사전 만남을 통해 본 연구에 참여하겠다는 정신장애인은 7명이었다. 이 중에 조건이 안 된 1명을 제외하고 총 6명의 참여자가 최종 연구에 참여하였고, 현상학적 연구방법에서의 표본 수를 충족하였다[17]. 참여자의 성별은 남자 4명, 여자 2명이었다. 나이는 32세부터 59세까지였으며, 평균 연령은 48세이다. 병원 입원이나 요양시설 입소 기간은 1년 1개월에서 25년 이상으로 평균 11년이었고 입원 횟수는 3회에서 수십 차례로 다양하였다. 진단명은 조현병 5명, 조현형 정동장애가 1명이었다. 공동생활가정 거주 기간은 8개월에서 2년 10개월로 평균 22개월이었으며, 2명은 직업이 있고 4명은 무직이다.
3. 자료수집
1) 문학과 예술로부터의 경험적 묘사
본 연구에서는 정신장애인이 공동생활가정에서 겪는 체험을 수필, 수기, 영화, 미술작품을 통해 경험적 묘사를 반영하여 거주 체험에 대한 현상학의 해석학적 글쓰기에 통찰력을 더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박일희의 수필 「좋은 집에서 산다는 것」, 경기도 정신장애인 당사자 및 가족 수기집의 「새로운 희망을 꿈꾸며」와 「스물 셋, 꿈을 꾸다」, 영화 「세상과의 소통을 위한 정신장애인 영화제작 프로젝트 2013 - 만복아, 약 먹자」와 「A Beautiful Mind」, 제 6회 G-mind 정신건강미술제 출품작인 조우리의 「교감」과 이승희의 「친구들을 찾아서」를 자료분석에 활용하였다.
2) 자료수집
자료는 2017년 4월부터 동년 10월까지 심층면담을 통해 수집되었다. 연구참여자를 섭외하기 위해 연구자는 다음과 같은 노력을 하였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면이 있는 일부 정신장애인과의 관계 형성을 위해 연구자에 대한 궁금증을 풀도록 연구자 개인을 알기 위한 질문을 하도록 하고 답변을 충실히 하였다. 주말에는 이들과 만나 집 주변의 공원을 산책 하거나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다. 또한, 연구자의 재능 기부로 미술 활동을 하여 친분을 쌓으려고 노력하는 등 몇 차례 만남 후, 참여를 원하는 정신장애인을 선정하였다. 면담은 참여자의 일상생활을 방해하지 않도록 원하는 집으로 연구자가 직접 방문하여 면담을 실시하였다. 면담은 총 12차례로 1~2회의 면담과 시간은 15분에서 60분 정도로 평균 40분이 소요되었으며, 자료의 포화가 이루어질 때까지 실시하였다. 면담은 “공동생활가정에서 사는 경험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어요.”와 같은 개방형 질문으로 시작하였다. 부가적 질문으로는 “처음에 왔을 때 심정은 어땠나요?”, “여기에 지내면서 기쁘거나 보람된 일이 있나요?”, “여기에서 어려운 점은 어떤건가요?”, “같이 사는 분들과 사이는 어떤가요?”, “가족들과는 어떤가요?”, “이웃들과 어떻게 지내세요?” 등으로 이루어졌다. 면담이 진행되는 동안 참여자의 진술 내용이나 행동을 자세히 관찰하였고 필요시 메모를 하였다. 음성파일은 비밀번호가 설정된 연구자의 개인 컴퓨터로 옮겨 연구자가 직접 필사하였다. 녹음된 음성이 불분명하여 필사하기 어렵거나 주제와 관련하여 핵심이 된 내용 또는 부족한 내용은 전화 연락이나 다음 면담을 통해 확인하였다.
4. 자료분석
자료분석을 위해 수집된 자료를 여러 차례 분석하는 반복적인 순환과정을 거쳤다. 첫 번째, 생생한 체험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으로, 연구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현상에 초점을 맞추고, 그 현상에 대해 현상학적으로 묻는 단계이다. 연구자는 체험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현상을 지향하고 현상학적 질문을 형성하였고, 가정과 선이해를 돌아보아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새로운 시선으로 참여자를 바라보기 위한 노력을 하였다. 두 번째, 실존적 탐구 단계로 연구자가 바라보고자 하는 연구현상을 실제로 조사하는 과정이다. 이때 참여자의 생활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서로 다른 형태의 체험 자료를 수집하기도 한다. 연구자의 경험을 기술하였고, 어원이나 관용어구를 추적하며 문학, 예술 작품 등으로부터 자료를 수집하여 참여자를 이해하고자 하였다. 세 번째, 해석학적 현상학적인 반성 단계에서는 녹음한 참여자의 면담 내용을 연구자가 직접 필사하였고, 필사된 내용은 반복하여 들으면서 원자료와 비교하여 확인하였다. 녹음된 음성이 불분명하여 필사하기 어렵거나 부족한 내용은 전화 연락이나 다음 면담을 통해 확인하여 면담내용의 정확성을 갖추려고 하였다. 필사한 내용을 반복하여 읽으며 반성하는 과정에서 세분법 혹은 추행법을 따라 핵심이 되는 단어나 문장을 살펴보면서 정신장애인의 공동생활가정 거주 체험과 관련된 부분들을 전체 자료에서 찾아내는 텍스트 분리작업을 하였다. 분리된 텍스트는 참여자의 반응이나 느낌에 초점을 맞추어 주제 진술을 분리시켰고 체험의 의미를 함축하는 용어로 바꾸었다. 도출된 개념은 여러 번 수정하였고, 추상성이 증가된 본질적 주제로 분류하였다. 도출된 결과는 다시 ‘체험된 공간’, ‘체험된 신체’, ‘체험된 시간’과 ‘체험된 관계’의 실존체 중심으로 살펴보아 참여자가 말하고자 하는 본질을 이해하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연구자의 경험, 문학과 예술 작품을 들여다보아 도출된 주제와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비교, 검토하여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공동생활가정 거주 체험의 의미와 본질적 주제를 결정하는 데 반영하였고, 이는 전체적으로 현상을 기술할 때 참조하였다.
5. 연구의 엄격성 확보
본 연구의 질을 확보하기 위하여 Lincoln과 Guba [18]가 제시한 신빙성(credibility), 전이가능성(transferability), 의존가능성(dependability), 확증가능성(confirmability)의 기준을 따랐다.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공동생활가정에서의 거주 체험을 가장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참여자를 선정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연구자는 사전 만남을 통해 참여자들과 신뢰를 형성하여 그들의 생생한 체험을 충분히 진술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연구참여자 3명에게 연구 분석 결과를 보여주고, 그들이 진술한 내용이 충분히 담겨 있는지를 확인하며 수정하기를 반복하였다. 전이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3개의 시에서 참여자를 선정하였고, 자료의 포화가 이루어질 때까지 자료수집을 계속하였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정신장애인 3명에게 연구결과를 보여주어 그들의 체험과 일치하는지를 확인하였다. 의존가능성 확보를 위해 연구과정의 상세한 기록과 면담과 필사의 전 과정을 연구자가 직접 수행하였고, 사용된 자료를 상세히 기록하였다. 질적연구 경험이 풍부한 간호학 박사 5인과 간호학 박사 겸 문학박사 1인에게 연구 과정 전체에 대해 감사를 받았으며, 참여자의 진술 내용을 연구에 사용된 문학예술 작품들과 비교하여 의존가능성을 확인하였다. 확증가능성을 위해 연구자가 가지고 있는 선이해나 편견 등을 사전에 메모하고 검토하여 연구의 전 과정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도록 괄호치기를 하였다. 면담이 끝난 후에는 성찰일기를 작성하여 면담 결과와 비교해가면서 연구의 확증가능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였다.
6. 연구자의 민감성 확보
제1저자는 수년간 정신과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상담한 경력이 있다. 정신병원에 근무하는 동안 정신장애인들이 병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수차례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모습을 경험하면서 탈원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대학원 과정 동안 질적연구방법론과 간호과학철학 과목을 이수하면서 질적연구에 대한 철학적인 배경과 방법론적인 이해를 습득하였다. 간호학과에서 정신건강 관련 교과목을 5년 이상 가르친 경험도 있으며, 관련 워크숍에 참석하여 질적연구와 관련된 면담기법과 자료분석방법을 습득하였다. 그 밖에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상담과 강의를 해오면서 질적연구에 필요한 자질과 민감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 2저자는 간호학과에서 정신건강 관련 교과목을 담당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질적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7. 윤리적 고려
본 연구는 K대학교 기관생명윤리위원회에서 연구심의 승인을 받았다(KU IRB 2016-0069). 연구자는 참여자에게 연구 안내, 면담 내용 녹음과 연구에 자유롭게 참여하거나 중단과 익명성 보장을 설명하였다. 연구자는 연구자료를 오직 학술적인 목적으로만 사용할 것이며 자료분석을 마친 후에는 녹음된 자료를 3년간 보관한 후 영구 삭제하였고 필사자료는 분쇄하였다. 또한, 취약계층인 정신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해 질환 발병과정이나 현재 상태에 대한 개인별 특성을 기술하지 않았고, 참여 후에는 참여자들에게 소정의 사례비를 지급하였다.
연구결과
1. 정신장애인의 공동생활가정 거주 체험에 관한 해석학적 현상학적 반성
본 연구는 van Manen [16]의 해석학적 현상학적 방법에 따라 분석한 결과 4개의 실존체를 중심으로 공동생활가정 거주 체험에 대한 7개의 본질적 주제와 12개의 주제가 도출되었다(Table 1).
1) 체험된 공간: 낯선 환경에 자리 잡음
(1) 원치 않았으나 새로운 공간에 정착함
참여자들은 퇴원을 앞두고 주치의, 사회복지사나 가족 등의 권유로 ‘이미 정해진’ 공동생활가정에 입주하며, 자기결정권도 없이 다른 사람의 선택에 힘없이 수긍할 수밖에 없는 자신을 체험하였다. 영화 ‘만복아, 약 먹자’에서는 3년의 주거시설 생활 끝에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갈 기쁨을 느꼈으나, 만복이의 의사와 상관없이 다시 시설 생활을 해야 하는 안타까움을 담았다.
그냥 여기 왔을 때는 다른 시설로 그냥 집도 못 가고 다른 시설로 가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집으로 가고 싶은데 또 집에 가면 옛날처럼 부모님이나 동생이나 안 좋은 경험이 생길까봐 그것도 좀 걱정이 되더라구요. 또 옛날처럼 맨날 개망나니처럼 또 행동하고 그러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어가지고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예.(참여자 1)
2) 체험된 공간: 평범한 일상 속에서 독립공간을 희망함
(1) 보통사람의 일상을 누리는 보금자리
참여자들은 오랜 입원기간 동안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환자로 지내오다 퇴원 후 변화하는 사회에 맞춰 살기에는 장애물이 많았다. 빨래, 밥하기, 청소하기 등의 집안일을 시설장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배우면서 일상생활이 점차 익숙해져 갔다. 수많은 버스 노선, 은행과 마트 같은 공공장소를 이용하면서 점차 사회생활에 평범하게 스며들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는 공동생활가정이 있어 안심하고 있다.
어... 음식을 쪼금 잘해요. 예. 요리를 요리 못 했었는데 요리 잘하게 되었구요. 그리고...(웃음) 스스로 하고 인터넷도 찾아보고, 네... 그렇게...(중략) 편안... 편하다는 거. 집이랑 느낌이 그 제가 지내는 느낌이 비슷해요. 뭐 센터 가도 비슷하고 정들었죠. 뭐.(웃음)(참여자 5)
어떻게 보면 사회에 진출하라고 저기 시청 센터나 여기 목사님이나 사회에 나가라고 미리 저 갑자기 병원생활 하다가 이런... 이런 데가 없으면은 힘들거든요. 적응 기간이 없어가지고 어떻게 당장 사회생활이 힘들어요. 근데 여기 같은 게 있어가지고 사회에 적응 기간을 주는 거에요. 전철을 밟기 때문에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천만다행이죠. (참여자 6)
(2) 나만의 공간을 위한 애탄 기다림
참여자 3은 약 25년 동안 입 ․ 퇴원을 반복하며 지내왔다. 증상이 나아지면 집으로 돌아왔다가 재발하여 병원에 입원하는 것만으로 벌써 수십 년이 지났다. 검은 머리카락의 청년이 백발의 중년이 되어 병원을 벗어나 공동생활가정에 정착해서인지 다른 참여자와 달리 독립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지난 세월이 야속하고 허무하게 지나갔지만 차분한 마음으로 공동생활가정에서 가사일도 배우며 독립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진작 독립했어야 되는데 너무 늦은 거 같아요. 제가 상황이 이래가지고 늦었어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하는데 이제 독립하여 살다보면 가정도 생길 수가 있고...(중략) 여길 나오면 독립생활 준비해야 되니까 거기에 대한 기대감도 많고 생활을 위해선 열심히 해서 완전히 배워서 독립생활에 문제가 없게끔 여기 생활을 적응하고 있어요.(참여자 3)
3) 체험된 신체: 심신의 균형을 맞추어 감
(1) 정신적 증상에서 벗어나려는 몸
참여자들은 입원기간 동안 환각과 같은 증상이 가라앉은 후 퇴원하기도 하지만, 증상이 남은 채 공동생활가정에 입주하는 경우도 있어 불쾌한 환청이나 환시로 고통스러웠다. 또한, 손떨림이나 입마름 같은 약물 부작용과 정신과 약을 먹는 사람이라는 낙인으로 자연스럽게 약을 끊게 되었다. 그러나 참여자들은 정신적 증상이 나타나면 자신은 물론 보호자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도 힘들어하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꾸준히 약을 먹겠다는 다짐을 한다.
OO정신병원에서 퇴원 해가지고요 그래가지고 첫 날 여기를 오게 된 거에요. OO센터에서 음... 이쪽으로 소개시켜 줘 가지고. 네... 왔는데... 초기에는 좀 잘 기억이 안나요. 그 첫 회는... 아니 처음 들어왔을 때는 그때도 약간 강박증이 있었거든요. 환청도 들리고.(참여자 5)
약을 그땐 안 먹었을 때니까요. 병원에서 먹고 나오면 안 먹었는데 오게 되니까 이제 나오게... 나오게 됐는데 나올 때는 약을 안 먹으니까 이게 재발이 되더라구요.(중략) 옛날에는 좀 다혈질이었는데 쪼끄만 일에... 일에도 발끈하고 또 안 좋은 쌍소리 해대고 막 그랬었는데 지금은 그런 거 없어졌어요. 그니까 다행이죠.(참여자 2)
(2) 신체 건강관리를 위한 노력
참여자들은 공동생활가정에서 적응한 뒤로는 신체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약물이 체중증가를 유발하기도 하여 대부분 체중이 증가한 상태였다. 체중이 증가하면서 고지혈증과 같은 질환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이들은 건강한 몸을 되찾기 위해 스스로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집 주변을 걷거나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였다. 또는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으며 자신의 몸을 돌보고 있음을 체험하였다.
구민회관 가서 다섯 바퀴 돌고 와요. 원래 안 그랬는데 살이 너무 쪄가지고 콜레스테롤이 수치가 높아가지고 약을 먹고 있거든요. 그냥 운동하는 게 좋아요. 걷는 걸 좋아해요. 걸으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거 같아요... 살도 빠지는거 같고... 걸으면...(참여자 5)
4) 체험된 신체: 일상을 주도하는 몸
(1) 능동적으로 내 삶을 살아감
참여자들은 병원이나 시설에서 준비된 치료나 프로그램에 수동적으로 참여하거나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 누워있거나 복도를 배회며 시간을 때우는 단조로운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나 공동생활가정에 와서는 모든 행동이 내 의지로 해야 이루어지고, 내가 결정하여 해결해야 하는 일들을 접하면서 스스로 움직이고 있었다. 여행과 영화 관람 등 문화생활을 하며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는 현실에 감사함을 느꼈다.
병원에 있을 때는 하는 대로 따라만 하면 되는데 여기는 이제 제 스스로 해야 되니까 많이 다르죠.(중략) 음... 병원에 있을 때는 그냥 시간을 그냥 보내면 되는데 여기서는 내가 스스로 결정하고 내가 또 행동을 해야 되고 그리고 내가 또 책임져야 되니까.(참여자 3)
병원에 있을 때는 문이 잠겨있으니까 외출도 못하고 안에 다 그 시스템이 되어 있으니까... 이제 직원들은 키를 가지고 왔다 갔다 하고 이제 면회 오면은 직원이 나가서 면회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여기(공동생활가정) 왔다 갔다... 외출은 자유롭잖아요.(참여자 4)
5) 체험된 시간: 다시 쓰는 나의 인생
(1) 돌아가고 싶지 않은 병원생활
참여자들은 병원의 폐쇄병동에 입원해 있던 것을 매우 답답하게 느꼈다. 창살이 있는 창문을 통해 바깥 풍경을 보며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문고리가 없는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는 일을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참여자들은 병원을 지옥이나 감옥으로 표현하며,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는 것은 생각조차 싫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까 병원 생활이 생활의 낭비, 시간의 낭비가 많았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여기 생활에 있으면 사회 적응도 많고 책 많이 읽고 시간을 많이 내서 쓰기도하고 할 텐데 병원에서는 수용... 수용... 수용하는 거 밖에 안 됐다. 그런 생각 들어요.(참여자 3)
(2) 현재 생활에 감사함
참여자들은 하루하루의 일과를 자연스럽게 즐기고 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담배 한 대 피울 수 있는 여유를 누리거나 개인 휴대폰을 마음껏 사용하였다. 생일이 다가오면 같이 사는 동료를 위해 선물도 직접 고르고 생일에는 파티를 하며 서로 축하해준다. 참여자들은 예전에는 잘 느끼지 못했던 일상의 소소한 일들에 소중함과 감사함을 경험하고 있다.
전화 같은 거 다행히 맘대로 스마트폰 쓸 수 있구요. 음... 뭐... 그런 것들...(중략) 그리고 가장 좋은 게 제가 흡연자기 때문에 이제 새벽에 나와 가지고, 잠 깨 가지고 담배 필 수 있다는 게 참 좋은 거 같아요. 담배 한 대 피고 하면 이제 잠이 잘 오거든요. 예...(참여자 1)
(3) 나에게 기대하는 미래의 희망
참여자들은 시설장의 지속적인 관리로 자신들의 목표를 설정하며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부분 기초생활 수급자여서 수급비를 지원받거나, 장애인 보호 작업장에서 받는 급여 몇 십만 원이 전부이다. 그래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위해 공부를 하거나 직장을 얻고 싶어 한다. 수기 ‘스물 셋, 꿈을 꾸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벌 수 있던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되었다고 하듯, 느리지만 꾸준히 통장을 채워가며 스스로 돈을 모으는 기쁨을 체험하며 회복의 길을 걷고 있다.
내 돈 없으면 어떻게 사나 이 생각도 들고 아직 좀 아직 서른 두 살이면 좀 기회는 있으니까. 예. 그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구요. 좀 근데 앞서가지는 않을려구요. 그거에 대해서 너무 연연해하지도 않고 그냥 내가 허락하는 내에서 묵묵히 잘 하기만 열심히 하면 좀 기쁜 날이 오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예.(참여자 1)
그리고 돈을 좀 돈을 좀 많이 모아봤으면 좋겠어요. 예. 적금 통장이 있거든요. 돈을 한 달에 십오만 원씩 붓고 있는데 음... 십오만 원씩 붓고 있는데 이제 계속 부어가지고 만기... 적금인데 이 년 적금인데 이 년 때까지 이제 꾸준히 모아가지고 좀 나중에라도 이제 내가 필요할 때 썼으면 좋겠어요.(참여자 1)
6) 체험된 관계: 가까이 할 수 없는 관계
(1) 가족을 향한 그리움
참여자들은 본래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가족은 정신적 증상이 발현된 참여자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 같이 지내기를 바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신장애인은 가족의 관심으로 회복을 하는데 큰 힘이 된다. 참여자들은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가족과 함께 생활하며 응원을 받고 싶어 하는 체험을 하였다.
예... 계획은... 음... 우선 아버지랑 같이 살고 싶어요. 가족과 같이 살고 싶어요. 예... (중략) 그래가지고 그걸... 그걸 믿기 때문에 이제 집에서 살아도 된다는 이런 판단이 나오더라구요. 집에서 같이 살아도, 아버지랑 같이 살아도 내가 잘 하기만 하면 예... 같이 살아도 되겠구나 이런 가능성 같은 게 보이더라구요.(참여자 1)
(2) 망설여지는 새로운 만남
참여자들은 정신질환이 발병되고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사람과의 관계가 멀어짐을 체험했다. 병원에 입퇴원을 반복할 때마다 친구들을 만날 기회도 적어지고 연락처도 바뀌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함을 느꼈다. 경제적으로 가정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남자 참여자들은 이혼을 당하였고 아이들마저 떠났다. 자연스럽게 사람을 사귀는 것에 관심이 줄어들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만족하며 현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이렇게 참여자들은 새로운 만남에 대해 두려움을 체험했다.
아휴 다 두절 됐어요. 거 친구 직장 동료도 그렇고... 시골 가면 인제 시골 친구들도 내가 인제 머리 다쳐갖고 그런 줄 아니까 다 잊어지더라구요... (중략) 친한 친구들도다 헤어지게 되고 제가 연락처도 없고 제가 인제 병원 왔다 갔다 거리니까 하긴 뭐 제 집사람까지 가 버렸는데 아들, 아들 인제 애들도 가버리고...(참여자 6)
지금 아버지 어머니 같은 경우는 어디서 색시감 하나 만들어서 결혼해서 아파트도 생기니까 살라고 말씀하시는데 별로 그러고 싶은 생각은 안 들어요. 이성 친구나 일반 친구나 만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안 들어요. 좀 사람 만나기를 피하게 되는 거 같아요... 제가 거리를 두게 되는 거 같아요.(참여자 2)
7) 체험된 관계: 나의 지원군을 만남
(1) 든든한 지지자를 얻음
참여자들에게 편견만 가진 친구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참여자에게 정신질환은 극복할 수 있다며 용기를 주는 친구들이나 시설장의 관심과 보호로 힘을 얻었다. 누군가 옆에서 지도하고 조언을 해 주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됨을 느꼈다.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병원 밖의 일상생활이 주변 사람들의 보살핌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체험하였고 자립생활 능력을 키워가고 있었다. 영화 「A beautiful mind」에서 아내의 변함없는 지지로 세계적인 수학자가 된 존 내쉬처럼, 참여자들은 주변의 관심으로 사회로 나가고 있음을 체험하고 있다.
근데 한 친구는 제가 정신병이 나가지고 시설에 있다니까 그거 정신병 같은 거 별 것도 아니라고. 그래 너무 기죽지 말라고 그런 친구도 있고, 어떤 친구는 뭐 너 운전면허증 따고 싶으면 딸 수 있다고 정신장애도... (중략) 예... 좀 그런 친구들이 용기를 주더라구요. 친구는 역시 친구는 친구더라구요. 예.(참여자 1)
느낀 점 뭐... 원장님(시설장)이 많이 생각해 주고 목사님 되시고 하니까 목사님... 원장님이 저 그래도 많이 존경해요. 나도 그래 불행 중에 다행이라고 좋은 분 만나가지고 좋은 얘기도 많이 해 주시고 일 년 다 되가... 일 년... 일년이 다 되가는데 낼 모레면 일 년 돼 가는데 여기 있으면서 좋은 일도 많았고 나쁜 일은 없는 거 같아요.(참여자 6)
2. 정신장애인의 공동생활가정 거주 체험에 관한 해석학적 현상학적 글쓰기
참여자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퇴원 후에는 공동생활 가정으로 오게 되어 상심이 컸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틈도 없이 환청과 같은 정신적인 증상으로 지친 날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참여자들은 병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약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신적 증상이 가라앉으면서 자신의 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약물 부작용으로 불어난 체중을 조절하기 위해 운동을 하고, 건강검진도 받으며 지친 몸을 추스르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일상생활 훈련표를 매일 작성하며 가사 분담을 하였다. 훈련표를 작성하다 보니 매번 들여다보지 않아도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게 되었다. 정신건강증진센터나 미술관 등을 다니며 자유로움을 실감하고 있다.
참여자들은 공동생활가정 안에서 안락함을 누리고 있었다. 이곳에 지내면서 버스 타는 것도 배우고, 마트에 가서 장보기도 해봤다. 오랜 입원 생활 후 바깥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모르고 부딪쳤다면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참여자들은 환자 신분이었던 병원을 벗어나 당당한 시민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이곳에 고마움을 느꼈다. 그러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시설장과 동료회원들과 헤어져 다시 정착할 곳을 찾아야 했다. 새로운 곳에서 혼자 시작해야 하는 두려움도 있지만, 나만의 공간을 갖는 것은 숙원이었다. 참여자들은 공동생활가정이라는 공간에 머물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독립을 희망하고 있었다.
주거공간의 변화는 참여자들의 일상과 삶의 질을 바꾸었다. 창살과 열쇠로 닫혀버린 병원에서는 숨을 쉴 수가 없었지만, 지금은 TV를 보거나 동료 회원들과 수다를 떨며 소소한 일상을 누리며 현재를 즐기고 있다. 참여자들은 예전에 하지 못했던 공부에도 관심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을 하게 되었고, 이렇게 번 돈으로 조금씩 저축한 금액을 더 늘리길 원했다. 그러나 참여자들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시작하고 싶었다. 이러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체험하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같이 살고 싶은 가족들에게 지지를 받고 싶기도 했지만, 정신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이별과 낙인을 체험하며 이들과의 관계가 멀어졌다. 그러나 참여자들은 새로운 인간관계로 편견 없이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사귀며 힘을 얻기도 하였다. 또한, 시설장이 항상 곁에서 지지하고 안내해 주어 흐트러짐 없는 생활을 이어나가는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공동생활가정에서 보통사람의 일상을 누리며 한층 높아진 삶의 질에 감사함을 느낀다.
논 의
본 연구는 공동생활가정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의 체험을 통해 4개의 실존체로 분석하여 이들이 체험하는 본질의 의미를 파악하였다.
첫 번째 주제인 ‘낯선 환경에 자리 잡음’에서 참여자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공동생활가정에 입소하였다. 참여자들은 주거시설에 입주하는 과정 중 당사자인 정신장애인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거나[13], 병원을 퇴원하는 정신장애인 중 46%가 지역사회기관을 연계 받거나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어, 퇴원 계획에 관련 기관과의 연계를 포함하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3]. 일부 정신장애인의 의견을 반영하여 자립하기 위한 훈련이나 준비를 위해 주거시설을 선택한 사례도 있으므로[11,19], 정신장애인이 병원이나 시설에서 퇴원하기 전에 지역사회 거주 준비 교육이나 관련 프로그램이 마련되고 훈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할 것으로 본다.
두 번째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독립공간을 희망함’으로 참여자들은 집안일을 하거나 사회생활을 하며 자신만의 공간을 기다리는 경험을 하였다. 참여자들은 공동생활가정에 생활하면서 직접 요리나 청소와 같은 가사 일을 시설장이나 동료회원에게 배우고, 일을 분담하여 집안을 관리하였다. 독립하여 생활하는 정신장애인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가사 일을 배우고 자율적으로 분담하여 집안일을 하거나, ‘내 집’에 대한 생각으로 좋은 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안식처로서 인식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12]. 이는 공동생활가정이 정신장애인에게 일상생활에 적응하도록 도움을 주는 주거시설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공동생활가정은 시설 면적, 침실, 목욕실 등을 비롯한 요건이 갖추어져 있으므로[7], 쾌적한 거주 환경을 통해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한편, 참여자들은 ‘집’이 아닌 ‘공동생활가정’으로 입주하였으나, 이곳은 안정을 주는 곳과 동시에 떠나야 하는 공간이었다. 일상생활 훈련이나 사회기술 훈련이 이루어지는 공동생활가정은 단순히 공간적인 집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주거서비스를 제공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정신장애인을 ‘환자’가 아니라 ‘시민’으로 변화시키는 데 있다[20]. 이들이 공동생활가정에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은 3년으로 ‘시민’이 되기까지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2020년부터는 최대 5년까지 입소 기간이 늘어나[7]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고 있다. 정신장애인은 자신의 감정과 증상을 잘 알고 있는 동일한 사례관리자에게 지속적인 관리를 받는 것에 더 안전감을 느끼기도 하고[21], 성인의 정신장애인은 타인에게 의지하기보다 스스로 자립하고 싶은 욕구도 높게 나타났다[3]. 그러므로 공동생활가정에 거주하는 동안 자립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고정적인 주택 지원이 필요하다.
세 번째, ‘심신의 균형을 맞추어 감’에서 참여자들은 초기 공동생활가정에 정착할 무렵 정신적 증상으로 고통스러웠지만 안정된 생활에 자신의 몸을 관리하고 있었다. 직원이 없는 독립주거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이 질병과 관련된 증상들이 줄어들고, 정신장애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한 것처럼[12],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공동생활가정의 편안한 환경 속에서 질병의 증상이 조절되는 것은 탈원을 통해 얻은 중요한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장기입원 환자가 퇴원 후 지역사회에서 지내는 과정을 조사한 연구[5]에서는 임상적 증상이 안정되고 일상생활 능력이 향상되면서 삶의 질은 증가하였다. 이 연구에서 퇴원한 환자들은 망상과 환각을 비롯한 양성증상을 관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의 지속적인 외래진료, 약물복용 및 가족이나 타인의 지지가 회복에 도움이 되므로[3], 정기적인 진료 연계와 사회적 인간관계를 유지하여 이들의 증상회복과 적극적인 복약 관리를 지지해야 한다. 또한, 연구참여자들은 정신건강의 회복뿐만 아니라 금연, 운동이나 건강검진 등으로 신체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신장애인이 자립 준비를 위해 신체 건강과 체중조절을 위해 애쓰는 결과와 맥락이 비슷하다[14]. 그러나 건강검진율은 전체 장애인에 비해 낮으므로[22], 지역사회에 있는 정신장애인이 건강검진을 통해 신체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관련 전문요원이 지도 ․ 점검해야 한다. 경제적인 이유로 본인이 원할 때 병의원에 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므로[22] 정신장애인들의 신체건강 증진을 위해서는 경제적 자립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네 번째 주제인 ‘일상을 주도하는 몸’에서 참여자들은 정신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규칙과 통제로 수동적으로 움직였지만, 공동생활가정에서 일상생활을 스스로 결정하며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변하였다. 퇴원 후 정신사회재활을 한 정신장애인은 일상에서 자신감이 생기고, 가족관계, 일상생활이나 질병 관리에서 향상된 면을 보였다[23]. 정신장애인은 자유로운 생활을 혼자 힘으로 해내고 싶은 의지가 있으며[12], 실제로 스스로 식사 준비, 개인위생 관리, 독서나 텔레비전과 같은 집안에서 여가활동을 하거나 마트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거의 없었다[3]. 그러나 외부 여가활동은 정보 부족이나 비용과 거리 문제로 제약을 받으므로 관련 프로그램 개발이나 여러사람들과 어울리는 여가활동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3]. 주거공간 안팎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상생활과 사회활동의 경험으로 적응능력이 향상되어 ‘회전문 현상’을 예방하고 자립 능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섯 번째로 ‘다시 쓰는 나의 연대기’에서 참여자들은 입원 시절을 회상하며 현재와 앞날의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과거의 정신병원 입원 경험을 돌이키고 싶지 않은 시간을 체험하였는데, 정신병원에서 장기간 입원으로 제한된 공간 속에서 일상의 자유가 없고 답답함을 느꼈다. 이는 입원한 정신장애인이 정해진 공간에서만 지내야 하는 상황을 ‘감옥’이라고 표현하며 답답함을 호소한 것과 맥락이 비슷하다[24].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입원 일수는 길며[2], 그 결과 기초적인 일상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정신장애인의 입원 일수를 감소시키는 방안으로 정신건강 서비스의 정보제공과 이용률을 높여 3차 예방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참여자들은 소소한 일상생활을 누리며, 미래를 위해 스스로 금전 관리를 하고 직장에 다니며 완전한 성인으로서 역할 변화를 하고 있었다. 정신장애인이 외부의 경제적 지원이 아니라 스스로 경제활동을 통해 자립 경험을 하는 것과 맥락이 비슷하다[14]. 경제적 측면은 삶의 질과도 연결되는 것으로, 정신장애인의 가족 월수입이 낮을수록 삶의 질도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나[25], 이들이 직업을 희망하고 저축을 하려는 이유가 단순히 ‘퇴원을 했다’라는 의미가 아닌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하려는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알 수 있다. 자립하여 혼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6]에서도 노후에 대한 준비를 위해 저축을 하는 결과와도 맥락이 일치한다. 또한, 정신질환의 재발을 줄이기 위해 직업을 갖는 것은 도움이 되고, 정신장애인은 직업을 가짐으로써 자신을 지역사회의 한 일부라고 생각하여[21], 이방인이 아닌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직업의 유무가 중요한 조건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안정적인 사회복귀는 경제적 자립을 통해 실현 가능하므로 정신장애인의 구직과 일정한 소득 보장을 위해 관련 정보수집과 이용 방법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여섯 번째로 ‘가까이 할 수 없는 관계’에서 참여자들은 공동생활가정에 거주하면서 주변인과의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정신장애인은 편견과 낙인으로 기존에 연락하던 가족이나 친구들과 관계가 멀어졌고, 이는 새로운 만남을 회피하게 되었다. 낙인은 정신장애인의 대처방법을 악화시키고 낮은 자존감을 경험하게 하여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방해하므로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26]. 또한,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과 어울려 생활한다고 낙인이나 차별을 줄이지는 못하지만[27], 전반적인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과 태도는 긍정적이므로[7], 제도적 장치나 프로그램 개발로 지역사회 내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일곱 번째 주제인 ‘나의 지원군을 만남’에서 참여자들은 든든한 조력자를 만나 일상생활에 적응하고 있음을 체험하였다. 주거시설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은 재가 정신장애인보다 사회적 지지, 자아존중감과 사회적응 부분에서 높게 나타났다[28]. 공동생활가정에서는 정신건강전문요원인 시설장이 일상적인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조언과 도움을 주고, 다양한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있다. 정신장애인들은 이러한 지지자들로부터 안정감을 느끼고 있으므로[14], 시설장은 단순히 운영자가 아니라 온전한 자립을 위해 개인별로 관리를 하며, 이들과 가족, 병원 의료진과의 사이에서 중간 관리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정신장애인이 자립을 준비하면서 현실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14], 조력자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 시설장은 일정 기간의 경험과 교육을 받은 전문가의 자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결 론
본 연구는 지역사회 공동생활가정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은 자립생활 능력을 키우려고 노력하는 긍정적인 측면을 볼 수 있었지만, 안정적인 사회 정착까지 여러 난관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자리 잡아 보통사람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제도나 정책을 점검하고 확보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간호연구 측면에서는 간호학에서 주로 다루지 않았던 지역사회의 공동생활가정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의 체험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규명했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간호교육에서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나아진 편이지만, 사회 전반적인 정신건강 교육의 점검과 강화로 인식 전환을 통해 정신장애인을 포용할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인식 전환 관련 프로그램의 점검과 개발이 필요하다. 간호실무 측면에서 정신건강전문요원인 간호사가 정신장애인의 자립에 관심을 두고 지역사회 기관에 간호사의 진출을 확대하고, 간호인력의 처우개선에 필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본다.
본 연구결과를 통해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재통합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한다. 첫째, 공동생활가정에 적응하지 못하고 병원이나 요양시설로 돌아간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사회복귀를 앞당기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장애인 인식 개선과 관련된 기존의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지역사회 교육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존하는 사회를 이루도록 제언한다. 셋째, 공동생활가정을 퇴거 후 독립한 정신장애인의 자립생활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Notes
The authors declared no conflicts of 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