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청소년기는 발달 단계상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성장하고 자아정체감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로 급격한 신체적 변화와 더불어 스트레스, 우울, 불안 등의 불안정한 심리적 변화를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정신건강 면에서 취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의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당연시 하거나 일시적 일탈행동으로 간주해온 경향이 있다[
1]. 하지만 이러한 청소년기의 정신건강은 성인의 정신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므로 이 시기에 적절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일상생활과 대인관계, 사회적응에 지속해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위험이 있다[
1]. 질병관리본부에서 실시한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의 39.5%는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으며, 우울감은 28.9%, 자살생각은 15.9%가 경험하는 등 정신건강문제를 호소하는 청소년의 비율이 적지 않게 나타났다[
2]. 또한 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는 흡연, 음주, 낮은 학업성취, 반사회적 행동, 위험한 성행동 등과 같은 복합적인 문제행위들이 함께 나타나 청소년의 올바른 성장과 발달을 방해하므로 청소년의 정신건강 및 문제행동에 관한 조기 개입은 예방과 치료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3].
더불어 청소년기는 성적 호기심이 매우 높아지며 성 주체감이 형성되는 시기로써 건전한 성적 호기심의 충족은 성 주체감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현대사회의 개방화된 성 문화와 성 관련 콘텐츠의 무분별한 확산으로 인해 청소년들은 성에 대한 왜곡된 정보에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2].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성관계 비율은 지난 10여년간 평균 5.0% 정도로 나타났으며 최근의 성관계 비율이 과거에 비해 증가한 양상을 보이지는 않았으나, 첫 성경험 시작 연령은 2006년 13.9세에서 2016년에는 13.1세로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7]. 이러한 청소년들의 이른 성경험은 조기 사춘기와도 관련이 있는데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상태에서 신체가 성숙함으로써 피임하지 않은 성관계나 성폭력 등의 위험한 성행동이 늘어나고 있으며 원치 않는 임신, 불법 인공유산시술 등 여러가지 사회적 문제도 야기되고 있다[
8-
10]. 선행연구에 따르면 청소년의 성경험이 정신건강에 부정적이지 않다고 보고한 연구도 있으나[
11] 여러 연구에서는 청소년 시기의 성경험은 우울증과 연관이 있다고 하였으며[
14,
15], 성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성경험이 없는 청소년에 비해 자살생각, 자살계획 및 자살 시도율이 높았다고 보고하고 있어[
4,
16-
18] 성경험이 이들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명확히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국내 청소년 정신건강 관련 연구들과 성경험 관련 연구들을 살펴보면 흡연, 음주, 약물 등의 건강 위험행위와 경제상태, 가족과 동거여부, 학년, 학업 성취도 등이 성경험과 정신건강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로 보고되고 있다[
4,
5,
10,
16-
19]. 청소년기 성경험과 정신건강과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는 국내 간호학에서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으나, 이들 연구들은 정신건강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성경험의 영향요인의 한 부분으로 논의되고 있으며[
5,
18,
19], 국내 선행연구들도 우울, 자살, 중독 등에 초점을 맞춘 연구들이 대부분으로[
4,
16,
20] 청소년의 다양한 정신건강에 중심을 둔 연구는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우울, 불안, 자살생각, 스트레스 등의 부적응적 심리요인에서 여자 청소년의 평균 점수가 남자청소년에 비해 높게 나타났고[
2] 성별에 따른 성인식과 성규범에 차이가 존재하며[
16,
21] 정신건강에 미치는 이성관계의 영향이 남자 청소년에 비해 여자 청소년에게 부정적인 경향을 보인다고 보고된 바[
22], 남녀 청소년에 대한 차이를 반영하여 분석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청소년의 성경험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대표성이 높은 표본을 이용하여야 하며, 청소년의 성경험 외에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특성들을 다수준으로 통제하여 파악하여야 한다.
이에 본 연구는 한국에서 국가 청소년 보건통계로 신뢰성이 높은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조사를 활용하여 청소년기 성경험이 우울, 스트레스, 자살사고, 주관적 행복감 등에 미치는 영향을 남 ․ 녀 청소년으로 나누어 알아보고자 한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한국 청소년들의 성경험과 정신건강과의 연관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함으로써 이들이 정신적 ․ 신체적으로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건강과 복지를 증진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 연구목적
본 연구는 청소년의 스트레스, 우울, 자살생각, 행복감과 성경험의 차이를 성별로 나누어 분석하고 성경험이 스트레스, 우울, 자살생각,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함이며 구체적인 목적은 다음과 같다.
• 대상자의 개인, 가족, 학교 특성에 따른 성경험과 스트레스, 우울, 자살생각, 행복감의 차이를 분석한다.
• 개인, 가족, 학교 특성을 통제한 후, 대상자의 성경험 유무에 따른 스트레스, 우울, 자살생각, 행복감의 차이를 파악한다.
연구방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제 11차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조사[
23] 원시자료를 이용한 이차자료분석연구로, 청소년의 성경험에 따른 정신건강의 차이를 남녀로 나누어서 파악하기 위한 서술적 조사연구이다.
2. 연구자료 및 연구대상
본 연구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건강행태를 파악하기 위하여 시행한 제 11차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 통계자료를 원시자료 공개 및 관리 규정에 의거하여 제공받아 활용하였다. 이 조사는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종단적 조사로 2005년부터 매년 실시되고 있으며, 본 조사의 모집단은 2015년 4월 기준 전국 중 ․ 고등학교 재학생으로 표본추출과정은 모집단 층화, 표본배분, 표본추출 단계로 진행되었다. 모집단 층화 단계에서 132개의 층으로 나누었으며, 17개 시도내의 시군구를 대도시, 중소도시와 군 지역으로 분류한 후에 지리적 접근성, 학교수, 인구수, 생활환경, 흡연율, 음주율 등을 고려하여 분류하였다. 표본배분단계에서 중학교 400개, 고등학교 800개를 선정하였다. 표본추출은 층화집락추출법이 사용되었으며, 1차 추출단위로 학교를 선정하고 2차 추출은 선정된 표본학교에서 학년별로 1개 학급을 무작위로 추출하여 선정된 표본학급 학생전원을 조사하였다. 이 중 장기결석 특수아동 및 문자해독 장애 학생은 제외한 총 70,362명을 대상으로 하였고, 설문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는 68,043명(응답률 96.7%)이었다. 본 연구에서는 성관계 경험과 정신건강 관련 변수와 관련된 문항에 답하지 않은 349명과 성관계 경험 중 동성간의 성 경험에만 응답한 267명을 제외한 67,427명의 자료를 분석에 이용하였다(
Figure 1).
3. 연구도구
제 11차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는 흡연, 음주, 신체활동, 식생활, 비만 및 체중조절, 정신건강, 손상 및 안전의식, 구강건강, 개인위생, 성행태, 아토피 ․ 천식, 인터넷 중독, 건강형평성 등 14개 영역으로, 본 연구에서는 대상자의 일반적 특성, 성행태, 건강행태, 정신건강과 관련된 문항을 이용하였다.
1) 성경험
성경험은 “지금까지 경험해 본 것을 모두 고르십시오”라는 질문에 ‘없다’로 응답한 경우를 ‘성경험이 없는 것’으로 분류하였으며, ‘이성’에 응답한 경우와 ‘이성’과 ‘동성’ 중복 응답한 경우는 ‘성경험이 있는 것’으로 분류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이성과의 성경험을 중심으로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자 동성과의 성경험에만 응답한 대상자는 대상자 선정 제외기준에 해당되어 ‘동성’에만 응답한 경우는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2) 정신건강
정신건강은 스트레스, 우울감, 자살사고, 주관적 행복감으로 구성하였다. 스트레스는 “평상시 스트레스를 얼마나 느끼고 있습니까?”라는 문항을 사용하여 ‘느낀다(대단히 많이 느낀다, 많이 느낀다)’와 ‘느끼지 않는다(조금 느낀다, 별로 느끼지 않는다, 전혀 느끼지 않는다)’의 2개 범주로 재분류하였다. 우울감과 자살사고는 “최근 12개월 동안,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었습니까?”와 “최근 12개월 동안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습니까?”의 문항을 사용하여 ‘없음’과 ‘있음’으로 구분하였다. 주관적 행복감은 “평상시 얼마나 행복하다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행복한 편이다(매우 행복한 편이다, 약간 행복한 편이다)’, ‘불행한 편이다(보통이다, 약간 불행한 편이다, 매우 불행한 편이다)’의 2개의 범주로 재분류하였다.
3) 개인적 요인
개인적 요인은 건강행태적 특성(음주경험, 흡연경험, 성교육경험)과 성 관련 특성(첫 몽정 혹은 첫 월경)을 포함하였다. 음주경험은 “지금까지 1잔 이상 술을 마셔본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흡연경험은 “지금까지 담배를 한두 모금이라도 피워본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있다’라고 답한 경우를 경험한 군으로, ‘없다’라고 답한 경우를 경험하지 않은 군으로 구분하였다. 성교육 경험은 “최근 12개월 동안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은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있다’와 ‘없다’로 응답한 자료를 2군으로 구분하여 사용하였다. 성 관련 특성은 첫 몽정시기와 첫 월경시기를 ‘경험 없다’, ‘초등학교 저학년(1~3학년)’, ‘초등학교 고학년(4~6학년)’, ‘중학교’, ‘고등학교’의 5군으로 재분류하였다.
4) 가족 요인
가족요인은 경제상태와 가족과의 동거상태를 포함하였다. 경제상태는 “가정의 경제적 상태는 어떻습니까?” 라는 질문에 저소득층 군(중하, 하)과 그렇지 않은 군(상, 중상, 중)의 2개 범주로 재분류하였다. 가족과의 동거여부는 “현재 동거상태는 어떻습니까?”라는 질문에 ‘가족과 함께 산다’와 ‘가족과 함께 살지 않는다’ 2군으로 분류하였다.
5) 학교요인
학교요인은 학교급과 학업성취도를 포함하였다. 학교급은 중학생과 고등학생으로 2군으로 구분하였고 학업성취도는 ‘상’, ‘중상’, ‘중’, ‘중하’, ‘하’의 5군으로 구분하였다.
4. 윤리적 고려
본 연구는 제 11차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의 원시자료를 이용하였다.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조사는 개인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변수를 포함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개적으로 접근가능한 자료로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서 데이터를 사용하고자 하는 목적을 입력하고 내려받기를 하였다. 본 자료는 정부 승인통계조사(승인번호 11758호)이며, 본 연구의 분석을 위해 C 대학교 임상연구 심사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의 심사를 면제 받은 후(MIRB-0E142-002)수행되었다.
5. 자료분석
제 11차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조사는 복합표본설계 방법에 의해 표본이 추출되었으므로, 추정의 정확도를 높여주기 위해, 층화변수(strata), 집락변수(cluster), 가중치(weight)를 고려하여 분석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23]. 본 연구에서는 자료수집기관이 권고하는 분석지침에 따라 Sas 9.2를 사용하여 복합표본분석(complex sampling method) 모듈을 통해 분석하였고 구체적인 분석방법은 다음과 같다.
대상자의 일반적 특성, 성 행태를 파악하기 위해 기술통계(빈도, 백분율)를 실시하였으며, 대상자의 개인, 가족, 학교 요인에 따른 정신건강의 차이는 Rao-Scott chi-square검정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청소년 성경험과 정신건강과의 관계를 혼란변수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분석하기 위해 전 단계에서 정신건강에 유의한 차이를 보인 개인, 가족, 학교요인을 단계적으로 통제하여 복합표본 위계적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논 의
본 연구는 제11차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 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청소년의 성경험 유무에 따른 스트레스, 우울감, 자살생각, 행복감의 차이를 성별에 따라 개인, 가족, 학교의 다수준으로 분석하여 파악하였다.
연구결과 조사대상 청소년 중 4.1%가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으며, 이중 남학생의 성경험률이 여학생 보다 2.8배 높았다. 이전 연구들과 성경험 비율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려우나 기존에 실시된 청소년 건강실태 온라인 조사에서 남학생이 여학생이 비해 성경험 비율이 많은 것과 일치하는 결과를 보였다[
5,
16,
19,
20]. 선행연구에 의하면 음란물에 접속해 본 경험이 있는 비율은 남학생이 여학생에 비해 2.2배 높았고, 성관계 요구 경험도 남학생이 여학생에 비해 2.9배 높았으며, 성매매를 통한 성관계 경험도 남학생이 여학생에 비해 2.4배 높게 나타났다. 이는 남학생이 여학생에 비해 성적 욕구가 강하고 성관계 노출 행위가 많음을 의미하는 결과로 본 연구결과를 지지한다[
24]. 또한 이러한 결과는 남녀 학생들의 성인식 차이와 사회적 문화적 편견으로 인해 성경험을 이야기함에 있어 개방적인 남학생들에 비해 여학생들이 성경험에 대한 응답을 숨기고 회피했을 가능성이 존재할 것으로 여겨진다. 중고등학생의 성인식의 차이를 조사한 Back과 Kim [
21]의 연구결과 결혼 전에 순결을 지키는 것이 여자에게 더 중요하며 원치 않는 임신을 했을 경우 주된 책임이 여자에게 있다는 성적 이중규범에 다수 학생들이 동의한 연구결과도 이러한 현상을 지지하고 있다.
성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 중 피임한 학생은 남학생 48.4%, 여학생 47.0%로 남녀 청소년 모두 절반 이상 피임을 하지 않고 성관계를 하고 있었고 이 들 중 임신을 한 경험은 9.3%였고, 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경험은 6.8%로 조사되었다. 이처럼 낮은 피임율과 원치 않는 임신 등에도 불구하고, 최근 12개월 이내에 성교육을 받은 학생은 남학생 60.5%, 여학생 68.9%에 그쳐 조기 성경험의 위험성과 피임의 중요성에 대한 청소년 성교육을 강화하여 올바르고 책임감 있는 성행동이 이루어지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4,
19].
본 연구에서 청소년들의 정신건강과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스트레스, 우울감, 자살생각의 경우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 고등학생인 경우, 저소득층인 경우, 흡연 경험이 있는 경우, 음주 경험이 있는 경우, 학업성취도가 낮은 경우에 높았으며, 행복감의 경우는 낮게 나타났다. 이는 낮은 경제적 상태와 음주와 흡연을 경험한 청소년들이 정서상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여러 선행연구들과 일치하는 결과이다[
16,
20]. 따라서 청소년들의 성 경험 뿐 아니라 정신건강이 음주, 흡연 등의 건강위험행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단편적인 성교육 프로그램이 아닌 건강한 생활습관과 정신건강을 포함한 교육적 중재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저소득층, 가족과 동거하지 않는 경우처럼 사회적 취약계층을 고려한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본 연구에서 여학생은 남학생에 비해 흡연과 음주의 경험이 있는 경우 스트레스, 우울감, 자살생각의 위험도가 크게 나타났으며 저소득층군에서 여학생의 자살생각 위험도가 남학생에 비해 높았는데 이는 여학생이 환경의 제약을 받거나 문제행동에 노출되었을 때 상대적으로 남학생에 비해 정신건강 수준이 나빠질 위험성이 높다라는 것을 의미할 수 있겠다. 또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음주와 흡연 행위에 심리적, 신체적으로 더욱 취약하므로[
25], 여성 청소년의 흡연이나 음주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청소년의 첫 몽정시기와 첫 월경시기는 정신건강과도 관련이 있었는데, 남학생의 경우 첫 몽정시기가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이른 경우 스트레스는 1.4배, 우울감은 2.0배, 자살생각은 3.1배로 높게 나타났다. 여학생의 경우 첫 월경을 초등학교 고학년에 경험한 경우에 비해, 고등학생때 경험한 경우 1.6배 높은 스트레스 수준을 나타내었으며, 우울감은 첫 월경을 초등학교 저학년때(2.0배)와 고등학교때 경험한 경우(1.6배)에 높았고, 자살생각은 첫 월경을 초등학교 저학년때 경험한 경우 1.9배 높았다. 월경과 몽정은 2차성징으로 인한 신체적 변화의 한부분으로 사춘기가 시작된 청소년의 정서적 불안정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해 볼 수 있겠다. 첫 몽정시기와 정신건강의 영향을 알아본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어 비교할 수 없었으나 조기초경을 경험한 여학생들은 우울, 불안 등의 심리적 문제가 증가하였다는 연구결과[
26,
27]도 이를 지지한다. 본 연구결과를 통해 첫 월경을 또래 학생들에 비해 빨리 경험하는 것도 정신건강 수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너무 늦게 경험하는 경우에도 여학생들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정상적인 성발달 과정에서 벗어난 것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많이 작용했으리라 생각해 볼 수 있으며, 학교현장에서 이르거나 늦은 초경을 경험하는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상태를 함께 사정하여 성교육시 올바른 중재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할 것이다. 최근 성 조숙증으로 인한 여자 청소년들의 조기 초경 비율이 높아지는 현상과 더불어 성관계 경험 연령이 낮아지며 야기되는 문제점들을 반영하여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발달단계에 맞춘 연속적이고 체계적인 보건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9,
10,
27].
성경험이 남 ․ 녀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 결과 성경험이 있는 청소년 모두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스트레스 수준이 높았고, 우울감과 자살생각이 높았으며, 행복감은 낮았다. 자살사고의 경우 성경험이 있는 남녀 청소년에서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높았으며, 스트레스의 경우 여자 청소년은 학교요인을 보정하면 성경험이 있는 군과 없는 군의 스트레스 수준의 관련성이 없어졌다.
청소년의 성경험과 부정적인 정신건강 결과 간의 상호 연관성은 여러 선행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결과로써, 국내 선행연구들[
4,
16,
20]은 청소년기의 성관계 경험이 자살생각이나 자살시도와 같은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고하였으며, Hallfors 등[
28]은 청소년의 성관계 경험과 우울감 그리고 높은 자살생각의 연관성을 보고하였다. 한편 최근 미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연구에서는 이른 나이에 성관계 경험은 내재화 증상을 높이는 부정적 영향과 관련이 있지만 청소년기의 성관계가 정서적 안정감 및 스트레스 감소 등의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고하고 있다[
11]. 하지만 서양과 한국사회의 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와 사회적 문화적 차이를 고려하였을 때, 한국사회에서는 청소년에 대한 성규범이 서양에 비해 엄격한 측면이 있고 이러한 사회적 규범을 벗어나게 되면 문제행위로 인식되는 한국의 문화적 맥락에서의 논의가 보다 설득적일 수 있을 것이다. 즉 성적 욕구와 호기심이 왕성하며 자기 통제력이 낮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의 청소년들이 이러한 본능적 욕구를 연령 규범에서 벗어난 성행위로 표현하게 될 경우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은 행동에 대한 죄의식과 불안감이 생길 수 있다[
22]. 특히 우울감과 스트레스가 큰 청소년들의 경우 공허감이나 결핍된 애정을 성행동을 통해 보상받으려 하지만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정서적 욕구는 스트레스와 우울감 더 나아가 자살생각을 더욱 높이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의 성경험과 정신건강과의 인과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제약이 따르지만 우울 및 자살생각이 있는 군이 성경험률이 높았다는 Yu 등[
17]의 연구와 슬픔 및 절망감을 경험한 청소년이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성경험 교차비가 높았다는 Boo 등[
5]의 연구결과도 이를 지지한다. 이와 같이 청소년기의 성경험과 부정적인 정신건강 결과와의 관련성을 고려할때, 청소년의 성적 관심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소개되고 있으며, 그 중 최근의 메타분석 연구결과에서는 학교수준의 환경 개선을 위한 중재방법이 청소년의 첫 성경험을 늦추었다고 보고하고 있는데, 학교의 환경과 분위기 개선, 학교환경 개선에 학생 참여시키기, 교사교육, 교사와 학생관계 개선 및 멘토링 강화 등 학교의 환경을 개선하여, 청소년들의 성적인 관심과 욕구를 학교에 대한 관심과 학업 행동 및 성취에 대한 욕구로 전환시켜주는 것이 효과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29].
본 연구에서는 성경험과 정신건강과의 관계를 보다 체계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정신건강 영향요인들을 통제변수로 적용하였으며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 가족, 학교 보정요인들이 추가됨에 따라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 성경험이 우울감과 자살생각에 미치는 위험도는 감소하였으나, 유의성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즉 성경험이 있는 남녀 청소년은 개인, 가족, 사회적 특성과 상관없이 성경험이 없는 남녀 청소년에 비해 우울감과 자살생각의 위험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스트레스의 경우 남녀 청소년은 다른 양상을 보였는데, 여자 청소년의 경우에는 모형 4에서 학교요인을 투입한 결과 스트레스에 미치는 성경험의 독립적인 영향력이 사라짐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결과로 스트레스에 영향을 미치는 학교요인이 여학생에게 보다 중요하게 작용함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학업 스트레스가 유의하게 높았으며 남학생과는 달리 여학생의 학업 스트레스가 자살충동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었다는 Jung [
30]의 연구결과도 본 연구를 지지한다. 따라서 성관계 경험이 있는 여자 청소년의 경우 학업성취도를 사정하여 이들의 스트레스 수준을 낮출 수 있는 보호적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본 연구의 제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연구에 사용된 원시자료가 자가보고식 설문조사로 시행된 것으로 성관계 경험이나 첫 몽정시기 및 첫 월경시기, 성경험유무 같은 청소년기의 민감한 사안의 문항에 대해 응답자들이 솔직하게 응답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으며, 과거의 시기에 대한 기억이 부정확할 수 있다. 또한 원시자료에 포함된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사회적 요인을 분석하지 못한 제한점이 있다. 둘째, 본 연구는 횡단자료를 활용한 분석으로 인과관계가 아닌 상호관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정서상태가 불안정한 청소년들이 성관계를 하였는지, 성관계가 청소년의 정신상태에 영향을 주었는지의 인과관계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러한 해석상의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추후 연구는 종단적 자료를 활용할 필요가 있겠다.
그러나 본 연구는 국가 청소년 건강통계인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 조사를 활동하여 연구대상자의 대표성이 매우 높았다. 또한 청소년의 정신건강 영향요인을 확인하기 위해 위계적 다변수 분석법을 사용함으로써 변수들 간의 영향을 보정하여 각 변수가 정신건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지를 다수준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본 연구결과를 통해 남녀 청소년의 성경험과 정신건강과의 상호 연관성이 확인되었으므로 성별 차이를 반영한 청소년의 성과 정신건강 간호의 통합적 관점을 적용하여 그들의 위험한 성행동 예방과 정신건강에 관심을 갖고 지도 및 관리하는데 간호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